◎총수 전횡방지 모양새 무게… 내달초 윤곽 드러날듯/마련중인 방안들사외이사·감사제 도입/전문경영인 임기 보장/주식 분산 국민기업화/혈족 아예 배제 논의도비자금정국이 수습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재계는 「비자금파문 이후」의 대응방안을 놓고 고민중이다. 파국을 향해 치닫던 비자금파문을 과연 어떤 방식으로 정리할 것인가에 골몰하고 있는 것이다.
기세등등하던 비자금파문은 기업인에 대한 검찰의 사법처리가 불구속기소쪽으로 기울고 5·18특별법제정이라는 메가톤급 돌출변수의 등장으로 이제 한 풀 꺾인 상태. 하지만 기업의 사활이 오락가락했던 그간의 파장을 감안하면 향후 기업경영은 더이상 전과 같을 수 없다는게 재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마무리를 위한 「통과의례」가 필요하다는데 공감하고 있는 셈이다.
재계가 준비하는 통과의례는 당연히 비자금파문으로 비등하고 있는 반재벌여론을 희석시키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현재 마련중인 방안들은 소유와 경영의 분리, 중소기업지원, 공익사업확대등 대체로 세 가닥. 각기업들은 이미 협력업체에 대한 지원확대방안이나 대대적인 공익사업발표를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은 소유와 경영의 분리문제다.
여론의 관심도 관심이거니와 최근 강경선회 조짐이 감지되고 있는 정부의 재벌정책도 이 부분의 변화를 겨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홍구 총리는 최근 국회에서 재벌구조개혁을 위한 정책건의안을 마련중이며 내달초까지는 이같은 정책건의가 대통령에게 보고될 것이라고 밝혀 재벌정책의 변화를 시사했다. 세계화추진위에서도 2차대전후 일본에서 세금과 법으로 재벌을 해체한 맥아더식 재벌해체론등 재벌정책의 근간에 대한 검토가 이루어지고 있는 상태다.
각 그룹들은 이같은 상황에서 소유와 경영분리방안에 대한 전면적인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확정된 상태는 아니지만 사외이사제와 외부감사제의 도입을 통한 외부감시기능신설, 주총을 통한 임원인사등 내부통제구조의 개선, 전문경영인의 임기보장등 전문경영체제의 정착, 주식분산우량기업육성을 통한 국민기업화방안등이 논의되고 있다. 일부 그룹들은 경영에 대한 혈족참여배제등 초강수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재계의 움직임은 총수를 경영에서 완전배제하는 근본적인 방향선회보다는 총수의 전횡을 막기 위한 가시적 보완장치에 무게를 싣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소유와 경영분리방안에 대해 검토하고 있지만 오너중심으로 운영되어온 경영체제를 단번에 바꿀 수는 없다』면서 『여론과 정책이라는 대세를 어느정도 수용할 것인가가 문제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또다른 관계자는 『올해초 각 그룹들은 이미 상당한 수준의 구조조정을 단행한 상태여서 총수의 존재를 배제하지 않은채 성의있는 자세를 보여주는 아이디어는 쉽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소유분산에 대한 재계의 구상이 윤곽을 드러내는 시점은 내달 4일로 예정된 검찰의 수사발표전후로 예상되고 있다. 재계가 마련한 방안들이 과연 반재벌여론을 잠재우고 정부측이 생각하는 수준을 충족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이재열 기자>이재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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