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 부서에선 지급 늑장 등 편법… 독려에 한계/논노 부도겹쳐 중견기업 납품업체 경영난 심각지난 8월 김영삼 대통령이 그룹 총수들에게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늘려줄 것을 직접 당부한 이후 그룹들마다 현금결제한도를 높이는등 각종 지원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으나 일부 재벌 계열사에서는 현금을 지급하되 결제를 늦추는등 여전히 횡포를 일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업계에 의하면 8월이후 대부분의 30대그룹이 청와대의 독려에 부응, 현금결제 대상을 전액 또는 1,000만∼5,000만원선으로 확대한 이후 상당수 중소기업들이 경영에 큰 도움을 받고 있다. 삼성 LG 대우 포철등은 내년에도 현금결제를 확대하고 시설지원자금과 지급보증자금을 확대키로 하는등 중소기업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들은 아직도 일부 재벌 계열사의 실무부서에 가면 그룹의 방침과 달리 각종 편법적인 대금결제가 이뤄지고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그룹차원의 방침이 아직까지도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특허상품등 대기업이 반드시 필요로 하는 상품을 납품하는 업체의 경우 현금지급 확대책으로 혜택을 입고 있으나 4∼5개업체가 같은 종류의 상품을 납품하고 있어 대기업이 언제든지 하청업체를 바꿀 수 있는 업체들의 경우 이같은 횡포가 더 심하다.
1,000만원이하 물품대금을 현금으로 결제키로 한 모그룹 계열사에 전자부품을 납품하고 있는 K전자의 김모(45)사장은 『매월 800만원 안팎의 물건을 이 회사에 납품해왔는데 현금결제 확대방침이 발표된 이후 물건을 납품하고 세금계산서를 내밀면 1개월후에 결제해주고 있다』며 『자금회전이 어려워져 오히려 종전대로 어음을 받는게 낫다는 생각까지 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그룹의 계열사에 건축자재를 납품하고 있는 G건재는 그룹측이 8월 1,000만원이하 물품대금을 현금결제키로 했다고 발표한 후 9월부터 500만원과 300만원어치등 두차례에 걸쳐 물건을 납품했는데도 대금을 받지 못하다가 지난달 400만원어치를 추가로 납품하자 3회치 대금으로 1,200만원짜리 어음을 한장 받을 수 있었다.
중견기업에 물건을 납품하는 업체들의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정부는 30대그룹이 현금결제를 확대하면 중견기업에까지 확산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중견기업들은 대부분 아직까지 종전의 어음결제 관행을 유지해 이들 기업에 납품하는 중소기업들이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지속되는 비자금파문에다 논노 부도까지 겹쳐 사채시장에서 중견기업의 어음을 할인받는데 엄청난 애로를 겪고 있다.
바른경제동인회 박종규 회장은 『정부가 대기업과 중견기업들에 중소기업 지원을 독려하는데도 분명히 한계가 있다』며 『결제수단으로 현금과 어음 이외에 내수신용장제도를 도입하는등 제도적으로 발주기업들의 횡포를 막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게 시급하다』고 지적했다.<박정규 기자>박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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