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증시 유례없는 호황속 아시아권은 침체/미 사상 최고치 돌파 힘입어 영·스위스 등 동반상승/한국 비자금·대만 중 침략위협·태국 대홍수로 폭락「지구촌주가」의 명암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미국 영국등 선진국증시는 사상최고의 호황을 누리고 있는 반면 한국 타이완 태국등 아시아권 증시는 극심한 침체에 홍역을 치르고 있다. 세계 각국 경제가 한울타리안으로 들어오면서 상호관계는 갈수록 밀착되고 있다. 한 나라에서 일어나는 각종사건의 파장은 즉각 각국 경제로 번질 수밖에 없다. 이에따라 각국증시도 연쇄반응을 일으키면서 덩달아 상승하거나 하락하는 뚜렷한 동조화현상을 보이고 있다. 그래서 지구촌주가라는 말이 통용되고 있다. 하지만 지구촌주가는 어찌된 영문인지 최근들어 제각각의 길을 가고 있다.
미국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평균지수는 지난 22일(현지시간) 5,041포인트를 기록하는등 연일 사상최고치를 돌파하는 유례없는 활황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연초 3,838포인트와 비교하면 상승률이 31%나 된다. 미국주가의 가파른 상승은 금리가 크게 낮아진데 주된 원인이 있다. 대표적인 실세금리인 30년만기 재무부채권의 수익률이 지난해말보다 1.5%포인트 낮아진 6.2%선으로 하향조정되면서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증시로 시중자금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금리하락에 따른 미국증시의 초호황은 곧바로 영국등 선진국증시의 동반 상승을 이끌어내고 있다. 영국 런던증시에서도 FT지수가 22일(현지시간) 3,632포인트를 기록,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다. 연초에 비해 주가가 19% 이상 뛰어오른 것이다. 이와함께 스위스가 18.83% 호주가 12.90% 캐나다가 11.62%의 상승률을 기록하는등 대부분 선진국 증시가 주가상승에 즐거운 표정이다.
이와달리 아시아증시는 속절없이 떨어지는 주가를 바라보면서 울상이다. 아시아증시 몰락은 후진국형 장외악재가 주된 원인. 먼저 우리나라는 전대미문의 전직대통령 부정축재사건으로 주가가 곤두박질치는 아픔을 겪고 있다. 비자금파문이후 24일까지 한달여동안 60포인트 가까이 주가가 급락하면서 연초대비 주가하락률이 7%에 육박하고 있다. 비자금파문이 장기화하면서 호경기와 금리하향안정세라는 대형호재를 그냥 날려버릴 판이다.
타이완증시에서는 중국의 침략위협이 주가의 상승곡선을 완전히 꺾어놓았다. 중국이 타이완을 무력침략할 것으로 믿는 사람은 거의 없는데도 불안심리가 확산되면서 주가가 연초에 비해 35%나 폭락했다. 한편 태국증시는 물난리때문에 허우적대고 있다. 23일 현재 방콕증시의 SET지수는 1,212포인트를 기록, 연초보다 11% 이상 폭락했다. 지난 10월 발생한 대홍수에 경제활동이 위축되는등 결정적인 타격을 입어 주가가 급강하하고 있는 것.
아시아증시의 이같은 침체는 이머징마켓(신흥시장)에 대한 투자리스크를 크게 높이면서 외국자금의 이탈이라는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만해도 비자금파문이후 외국인투자자들은 모두 2,031억원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증시관계자들은 우리나라를 포함, 아시아증시의 몰락은 개도국의 컨트리리스크(국가위험도)가 얼마나 위협적인지를 일깨워주는 사례가 되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대우경제연구소 송준덕 선임연구원은 『주가가 비자금파문에 힘없이 무너진 것은 외부악재를 흡수할수 있을만큼 우리 증시가 튼튼한 기반을 갖추지 못했음을 증명해주는 단적인 예』라고 말했다. 선진국증시로의 실질적인 도약을 위해서는 수요기반 확대등 우리나라 증시 체질개선이 최우선이라는 지적이다.<김병주 기자>김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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