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계“새출발 마당에 기존 얼굴은 곤란”/민정계“김대표 거세 속셈 아니냐” 의구심민자당이 지도체제개편 논란으로 술렁이고있다.
당명변경을 위한 전국위원회를 앞두고 당내에 『쇄신의 의지를 부각시키려면 인적 개편, 지도체제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강력히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국위원회 개최일자가 당초 12월6일에서 중순으로 연기되면서 『지도체제개편 준비때문 아니냐』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지도체제개편이 아직 「정답」으로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계와 민정계의 입장이 다르고 중진들의 이해도 엇갈리고있다. 엄밀히 말하면 계파간 견제, 나아가 당내갈등이 중폭되는 기미마저 나타나고있는 상황이다. 갈등기류는 김윤환대표와 강삼재 총장의 발언에 시각차가 엄존한다는 사실에서 극명하게 드러나고있다.
김대표는 24일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 방향(지도체제개편)이 아닐 것이다』고 말했다. 심지어 김대표는 『정 그렇다면 사람(대표위원)을 바꾸면 되는 것 아니냐』며 불만스런 소회의 일단을 노출하기까지했다. 강총장도 『지도체제개편은 없다고 본다. 부총재체제가 확정된 것 처럼 보이는 것은 잘못』이라고 김대표와 보조를 맞췄다. 그러나 강총장은 『다만 지도체제문제는 총재가 판단할 사안이다. 당명변경은 제로베이스에서 새로 출발하자는 의미』라고 여운을 남겼다. 이는 현 시점에서는 지도체제개편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쇄신작업을 추진하다보면 개편론이 대세가 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계파간 시각도 큰 편차를 보이고 있다. 민주계는 대체로 『당 간판을 내리는 마당에 기존인물을 고수하기는 곤란하다』며 개편론에 무게를 싣고있다. 또한 『어차피 대구·경북이 어려운 마당에 서울·수도권이라도 건지기 위해서는 쇄신의 수순을 택할 수 밖에 없다』는 계산도 깔려있다. 이에 대해 민정계는 『지금 당을 흔들고 인물을 바꾸면 선거에서 진다』는 논리로 반대의사를 피력하고있다. 이들 민정계는 내심으로는 『지도체제개편은 김윤환대표의 거세를 의미하며 조만간 우리의 「목」으로 향하는 칼날이 될 것』이라며 물갈이를 우려하고있다.
이 대목에서 핵심사안은 역시 김대표의 거취와 향후 행보이다. 김대표는 자신을 향해 조여오는듯한 지도체제개편론의 복선에 의구심을 갖고있으면서도 김영삼대통령의 마음을 믿고있다. 김대표는 사석에서 『선거는 현실이고 무리하게 명분을 쫓다보면 일을 그르친다』는 걱정을 토로해 왔다. 때문에 김대표는 추이를 일단 관망하고있다. 하지만 김대표 주변에서는 『지금의 상황은 JP(김종필) 탈당때와 흡사하다』며 경계심을 보이고있다. 측근들은 김대표가 퇴진하는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며 대비책을 마련하고있는 분위기다. 이들은 『허주(김대표의 아호)의 거세는 엄청난 파괴력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논리로 대응하고있다.
이런 정황으로 지도체제개편 문제는 여권핵심부의 의중, 김대표의 입지나 대응이 뒤섞이면서 상당기간 당을 어지럽게 할 것같다.<이영성 기자>이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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