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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들도 마시니 안심하라고?(장명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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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들도 마시니 안심하라고?(장명수 칼럼)

입력
1995.1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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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호 보건복지부장관과 최인기 농림수산부장관이 22일 백화점에서 우유를 마시면서 우유가 안전하다고 강조하는 모습은 딱하기 짝이 없다. 오죽 사태가 급하면 장관이 두명씩 슈퍼마켓으로 달려갔을까 생각되지만, 장관들이 우유를 마시건 말건 소비자들의 불쾌감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소비자들은 우유의 품질에 대한 불안 뿐 아니라 우유업자들과 보건복지부의 경솔함에 놀라고 있다. 온국민이 마시는 우유를 「고름우유」라고 서로 헐뜯던 우유업자들의 구역질나는 싸움이 겨우 끝나자 우유에서 항균·항생물질이 검출됐다는 보건복지부 발표가 나왔고, 그 발표로 우유 반품사태가 확산되자 장관들이 허둥지둥 슈퍼마켓으로 달려가 우유마시는 걸 보여주는 해프닝을 벌이고 있으니, 소비자들은 어이가 없을 뿐이다.

보건복지부는 좀더 전문가답고 신중했어야 한다. 항생물질이라면 곧장 소의 유방염과 고름을 연상할만큼 예민해진 소비자들에게 검출사실을 발표하면서 그 결과를 예측못했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이번에 5개사 제품에서 검출된 항균물질은 가장 많은 것이 0.0027PPM으로 미국과 유럽의 허용기준인 0.01∼0.1PPM에 훨씬 못미치는데, 그 사실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여 소비자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낙농가들에게 타격을 준 것은 큰 실수다.

우리나라는 아직 항균·항생물질의 잔류허용 기준도 없고, 시험방법도 정립되지 못한 상태다. 보건복지부는 「고름우유」 전쟁속에서 시판중인 우유를 수거해 검사했으나 항생물질이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가 불과 20일만에 종전 발표를 뒤집었는데, 그것은 시험방법의 차이때문이었다. 보건복지부는 이번 소동을 계기로 하루빨리 잔류허용 기준을 만들고, 신뢰할 수 있는 검사방법을 도입해야 한다.

우유를 마시는 장관들의 모습은 수돗물 시비가 일어날 때마다 수돗물 마시는 모습을 공개하던 역대 서울시장들을 떠올리게 했다. 서울시장들의 그런 제스처는 시민들을 안심시켰다기보다 더 불안하게 한 것이 사실이다. 수돗물이 얼마나 나쁘길래 시장이 수돗물마시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까라는 생각을 누구나 했기 때문이다. 수돗물과 관련된 고위직에 앉게 된 사람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생수배달을 중단시키고 수돗물을 먹는다는 것 역시 잘 알려진 사실이었다.

소비자들은 요즘 우유의 품질에 대해서 노이로제 상태다. 관련 장관들이 슈퍼마켓으로 뛰어나온 정성은 갸륵하지만, 그런 감정적인 호소보다는 식품행정을 다루는 부처의 전문화에 전력투구하여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더 시급할 것이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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