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준비” 불구 구체소득 적어/“기존성과까지 퇴색 우려” 팽배검찰이 노태우전대통령 구속이후 수사의 최대승부처로 별러온 이원조 전의원을 23일 상오 소환, 본격수사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날 늦게까지 현장에서 감지되는 수사주변의 분위기는 그다지 밝지 못하다. 검찰의 한관계자도 『별로 잡히는게 없는 것 같다』고 수사가 진전되지 않고 있음을 시인했다. 만약 이전의원으로부터 납득할 만한 수사결과를 얻어내지 못할 경우 전직대통령의 구속이라는 성과마저 퇴색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검찰주변에 팽배해 있다.
검찰은 이전의원 수사에 소극적 자세를 보여 오다가 여론에 밀려 마지못해 수사에 착수했다는게 중론이어서 이전의원수사결과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커질 수밖에 없다.
사실 검찰수사가 이전의원에 대한 사법처리만을 목표로 삼고 있다면 크게 고민할 것은 없다. 이전의원은 이미 93년 동화은행비자금사건때 안영모 행장의 연임청탁과 관련, 2억3천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았으나 당시 검찰은 『물증이 없다』는 석연치 않은 이유로 내사종결로 처리했다. 이 사건만 가지고도 이전의원을 충분히 사법처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 재벌총수수사를 통해 동국제강그룹이 이전의원을 통해 30억원을 노씨에게 전달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있다. 이같은 중개과정에서 별도의 사례금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뇌물수수와 알선수재혐의의 적용에 무리가 없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이 정도의 처리로는 여론이나 정치권의 요구수준에 미칠수 없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전의원은 「금융계 황제」라는 별명에 걸맞게 노씨의 비자금조성과 사용처결정에서 총괄적인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이전의원은 노씨가 완강하게 함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사를 진전시킬 수 있는 유일한 돌파구라는 기대까지 받고있어 검찰을 더욱 몸달게 하고 있다.
검찰은 이같은 부담을 의식, 나름대로 이전의원을 소환하기에 앞서 상당한 준비를 한것으로 알려져 있다. 안강민 대검중수부장도 이전의원의 소환을 앞두고 『준비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노씨 구속이후 사건의 무게중심은 비자금 조성과정보다는 대선자금등 사용처규명에 옮겨져 있다. 노씨가 밝힌 조성총액 5천억원은 정밀하게 설명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지만 재벌총수들의 진술액수 2천5백억∼3천억원, 5공 이월금 1천억원, 국책사업등의 리베이트 1천억원이상 등으로 대강 아구가 맞춰진다. 그러나 사용처부분에서는 노씨가 보유하고 있는 2천여억원과 통상적인 정당지원금 이외에는 좀처럼 실체를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이전의원의 폭발력이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그가 사용처의 열쇠를 쥐고 있을 것이라는 가설에서 출발한다.
검찰의 어려움은 노씨가 입을 열지 않고 있어 정치인들을 소환조사하지 않는 이상 이전의원의 진술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데 있다. 검찰의 표정이 밝지 않는것은 아직 이전의원으로 부터 별다른 소득을 얻어내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검찰은 이미 드러난 혐의만으로 이전의원을 사법처리할 경우 그 부담이 검찰에 쏠릴것이라는 점을 잘알고 있다. 검찰의 이전의원수사는 수사를 진전시킬수 있는 기회이면서도 제한된 수사를 한다는 비난을 자초할수 있는 부담을 함께 지니고 있다.<정희경 기자>정희경>
◎“대선자금 밝힐까” 비상한 관심/정치권 「이원조씨 수사」 반응/야 “전모공개” 공세·여 논평안해 부담감 표시/정치권유입 「파일」 존재여부엔 여야모두 촉각
5, 6공시절 「정치자금의 원조」 「금융계의 황제」로 불리던 이원조 전의원이 23일 검찰에 소환되자 정치권의 촉각도 곤두섰다. 이씨 진술의 수위와 내용, 검찰의 조사강도, 사법처리 여부등 그와 관련된 하나하나가 비자금정국의 뇌관으로 작용할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야권은 이씨가 김영삼대통령의 대선자금을 밝혀줄 수 있는 핵심고리라고 지목해온 터여서 그의 입을 주시하고 있다.
정치권의 우선적 관심은 이씨가 노씨 비자금조성에 어떤 역할을 했느냐이다. 그러나 이 대목은 정치권의 직접적인 이해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때문에 여야 모두 「철저한 조사」라는 식의 원론적인 반응만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더 큰 관심은 이씨가 92년 대선때의 여권 선거자금을 어느정도 알고있는지, 또 얼마나 개입했는지, 개입했다면 실체를 밝힐 것인지에 쏠리고 있다. 특히 대선자금은 여야가 퇴로없는 쟁투를 벌여온 사안이어서 정파차원의 관심은 비상하기만 하다. 야권은 『이씨 수사를 계기로 대선자금의 전모를 철저히 규명해야 할 것』이라며 일단 집요하게 공세를 취하고 있다. 국민회의는 미리 수사결과가 기대치에 밑돌 경우를 상정, 『검찰수사 관행으로 보아 「짜맞추기 수사」의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고 자락을 깔기도 했다. 『즉각 구속해 수사하라』는 촉구도 나왔다.
반면 민자당은 아무런 논평도 내지 않았다. 다만 일부 당직자들이 『일반에 알려진 것처럼 대선자금에 이씨가 크게 개입했겠느냐』고 다소 김을 빼는 발언을 했을 뿐이다. 그만큼 여권으로서는 이씨 수사가 부담스럽고 민감하다는 반증이었다.
의원 개인차원에서 주목하는 사안은 이씨가 비자금 사용처를 알고 있느냐이다. 그중에서도 비자금의 정치권 유입에 개입했는지, 개입하지 않았다 해도 금융권사정에 정통한 이씨가 내밀한 정보를 갖고 있을 수 있다는 점에 예민한 반응들이 교차하고 있다. 대다수 의원들은 『정치권에서 이씨와 커피 한잔 마신 사람을 찾기 힘들다』며 일단 연관을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이씨가 권력자의 막후 측근이었고 기밀을 요하는 일에 개입한 흔적이 드러나고 있어, 노씨 비자금의 정치권유입 내역을 알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상당하다. 또한 이씨가 사소한 민원이라도 꼼꼼하게 진행상황을 기록으로 정리하는 성격이라는 얘기가 많아 「이원조 파일」의 존재여부가 여야의원들의 신경을 자극하고 있다. 만약 이씨가 비자금 사용처를 일정부분이라도 알고 있고 이를 진술한다면, 이는 곧바로 정치권사정으로 이어지게 된다. 실제 『검찰이 계좌추적으로 어느정도 비자금 사용처의 윤곽을 파악한 상태에서 이씨의 진술증거를 덧붙이려 한다』는 말들도 나돌고 있다.
그러나 비자금조성, 대선자금, 비자금 사용처는 별개로 처리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때문에 의원들은 『정치권사정의 빌미가 될 사용처만 공개되고 대선자금은 덮어질 수는 없다』고 보고 있다. 이런 이유로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씨 수사는 극히 제한적인 분야만을 대상으로 하고 사법처리된다 해도 일정한 위법사항에 국한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이영성 기자>이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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