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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씨 구속에 거는 희망/임종건 국제2부장(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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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씨 구속에 거는 희망/임종건 국제2부장(메아리)

입력
1995.1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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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대통령이 구속됐다. 수치스럽고 개탄스런 일이다. 그러나 마냥 화내고 부끄러워할 일도 아니다. 전직대통령을 일반적인 사법절차에 따라 감옥에 보낸다는 것은 아무나라에서나 가능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법절차를 통해 현직 대통령을 몰아내고, 현직 총리를 권좌에서 끌어내 감옥에까지 보낼수 있었던 것은 법치주의가 확립된 미국과 일본이었기에 가능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지구상에는 수많은 독재권력자가 있었고 지금도 있다. 그들은 대개 재임중 민중혁명 군사혁명 또는 권력의 자체 붕괴로 단죄되게 마련이다. 일부는 퇴임후 또는 사후에 후임자에 의해 정치적으로 응징되기도 했다. 여기에는 으레 피비린내가 뒤따른다. 대한민국은 그점에서도 전형을 보여준 나라다. 6명의 전직대통령중 3명이 해외망명, 피살, 유배당한터에 이번에 구속이 추가된 것이다. 역사의 교훈에 그토록 무감각할수 있는 권력의 맹목에 소름이 끼칠 정도다. 여하튼 노씨구속은 법에의한 과거청산이라는 점에서 혁명적 정치적 과거청산이었던 이전의 사건들과는 다르다.

세계의 언론들이 노씨 구속을 한국헌정사에 처음있는 일로 주목하는 이유도 그점 때문일 것이다. 외국 언론들은 전직대통령의 구속을 몰고온 한국의 부패상을 폭로하면서도 「경제선진화를 이룬 한국이 정치선진화를 이룰 수 있는 기회」라거나, 「정경유착의 썩은 관행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계기」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노씨구속에서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유일한 구석이다.

노씨구속이 진정 희망이 되기위해서는 이 사건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단죄 그리고 썩은제도의 혁파밖에 다른 길이 없다. 법적청산으로 포장된 또하나의 정치적 청산으로 끝난다면 우리에겐 희망은 없다. 전임자를 유배보내고도 자신은 그보다 더한 비리를 저지른 노씨의 어리석음을 탓하는 소리도 있지만 이는 부패가 제도화된 곳에서 개인의 의지란 무력할 뿐임을 웅변한다. 「기업으로부터 한푼의 돈을 받지 않겠다」는 김영삼 대통령의 의지는 그래서 더욱제도로 뒷받침돼야 한다. 그것이 대통령에대한 단죄를 노씨로 마감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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