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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웬사 패배의 교훈(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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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웬사 패배의 교훈(사설)

입력
1995.1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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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의 폴란드 대통령 선거 결과에서 우리는 두 가지의 역사적 교훈을 확인할 수 있다. 역사의 큰 진전에는 반드시 반작용이 뒤따른다는 사실과 어떤 영웅도 민심을 외면하고서는 정치지도자로 살아 남을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가 그것이다.89년 공산독재정권 연쇄 붕괴후 자본주의경제개혁을 다투어 추구하던 동유럽 각국에서 구공산계열의 좌파가 재기한 것은 92년 리투아니아 선거가 그 시작이다. 이어 93년 폴란드 총선에서 구공산당 인사들이 주도하는 민주좌파동맹(SLD)이 압승을 거두어 의회를 장악했고, 작년 5월 헝가리에선 사회당이 총선에서 이겨 다수당이 됐다.

지난주 불가리아의 지방선거에서는 공산당 후신인 불가리아사회당(BSP) 후보가 전국 시장의 3분의 2 이상을 석권하는 대승을 거뒀다. 내달 17일의 러시아 총선에서도 공산·사회주의 계열의 기세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들 각국은 동구권 붕괴 이후 자본주의 시장경제제도를 도입해 공산주의 통제경제로 피폐한 국가경제의 부흥에 노력해 왔다. 그러나 반세기 가까이 공산체제에 길들여진 국민의 의식과 사회관습은 한꺼번에 방임된 자유와 현실을 무시한 급격한 개혁을 미처 소화해 낼 수 없었다.

동유럽의 사회주의 회귀추세는 말하자면 이같은 개혁실패에 따른 민생의 괴로움이 개혁정권에 대한 반대로 나타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자유민주체제로의 개혁은 역사의 대세이며, 동유럽의 회귀는 이 큰 흐름의 속도를 조절하려는 호흡 가다듬기일 뿐 민주주의의 포기는 아니라고 현지 보도들은 전하고 있다.

동구공산권 붕괴를 주도한 폴란드 자유노조의 상징 바웬사대통령의 패배 역시 그 원인은 같다. 그러나 그의 패인은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그는 과거의 투쟁신화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집권 5년을 자기의 권위주의 정권 강화에만 허송해 왔다. 개방과 개혁바람에 시달리는 국민의 불만을 쓰다듬을 만한 현실적인 정책을 제시하지 못했다. 공허한 구호만을 남발하면서 정치투쟁에 영일이 없는 바웬사정권으로부터 민심이 멀어져 간 것은 당연한 일이다.

새로 대통령에 당선된 알렉산데르 크바스니에프스키는 이 우파의 약점을 거꾸로 이용해 승리의 발판으로 삼을 줄 아는 합리적 지혜와 현실 감각을 갖추고 있었다. 그의 새 정부는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 정책에서 보듯이 특별히 전과 다른 대외정책을 추구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그는 폴란드국가올림픽위원장 자격으로 88년 서울올림픽에 참가하는 등 두차례 방한했고, 한·폴란드의원연맹 폴란드측 의장직도 맡고 있는 지한파 인사로 알려져 있다. 그의 당선을 계기로 양국관계에 더 한층의 발전이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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