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 짧은 사퇴의 변/지구당원·당직자 “착잡”『말없이 떠날 수 밖에 없어 미안하다』
노태우 전대통령의 아들 재헌씨는 21일 하오 자신이 위원장으로 있는 대구 동을지구당을 방문, 당원들에게 사퇴의사를 밝혔다. 이어 그는 위원장사퇴서와 탈당계에 서명을 했다. 그의 표정은 참담했고 50여명의 지구당원들도 뭐라고 말을 건네지 못했다고 한다.
노씨는 당원들에게 『미안하다』 『애썼다』 『그동안 고마웠다』는 말만 되뇌이며 악수를 나눴다. 그는 앞으로의 거취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한다. 그는 30분만에 자리를 뜨면서 『근신하는 모습으로 부모님 뒷바라지에 전념하겠다』는 말로 작별인사를 대신했다. 지난해 12월 「전직대통령의 아들」이라는 후광을 안고 화려하게 정치무대에 들어섰다가 11개월만에 초라하게 퇴진하게된 것이다. 그의 탈당소식을 전해들은 민정계의 한 당직자는 『아버지의 짐을 질 수 밖에 없다. 어쩔 수 없지…』라고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노씨의 위원장사퇴, 탈당은 이미 예견돼있었다. 노씨 개인으로서도 아버지가 구속된 마당에 정치입신에 매달릴 수 없었고, 민자당으로서도 정치쇄신의 기류속에서 노씨를 엄호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는 진작 위원장직을 사퇴하고 싶었으나 아버지의 대국민사과, 검찰소환 등이 진행되는 상황에서는 자신의 거취에 대해 신경을 쓸 여력이 없었다. 이제 노씨가 구속되고 사법처리만이 남은 시점이 되자 그는 뒤늦게 사퇴를 하게된 것이다.
노씨의 사퇴는 정치흐름상 불가피했지만 가족이나 주변에서는 적지않은 아쉬움을 피력하고 그의 장래를 걱정하고있다. 또한 여권핵심부가 노태우씨를 단죄하는 모습을 보며 일부 가족들은 『모두가 원죄를 안고 있으면서 너무 가혹하다』 『우리도 정면 대응할 수 있다』는 결의를 노출하기도했다. 그러나 노씨는 『아버지가 죄인이면 아들도 죄인』이라며 오히려 주변을 달랬다고한다. 말없는 퇴진을 택한 것이다. 그러나 그의 사퇴는 『두 번 다시는 이런 비극이 나오지 않도록 어두운 정치를 청산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남기고 있었다.<이영성 기자>이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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