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수는 그룹규모에 비례” 드러나/미파악 기업들도 추가소환 촉각재벌총수들의 구체적인 비자금제공내역이 밝혀짐에 따라 재계는 사법처리가 초읽기에 들어가는게 아니냐며 크게 낙심하는 분위기였다. 비자금수수의 당사자인 노태우전대통령이 이미 구속됐고 재벌총수들이 제공한 검은 돈의 규모도 실제윤곽을 드러낸 상황이면 이제는 더이상 사정의 칼날을 피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21일 검찰을 통해 확인된 노씨에 대한 총수들의 비자금 총액은 2천3백90억원. 비자금의 액수는 삼성 현대등 재계순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삼성그룹과 현대그룹이 각각 2백5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대우그룹이 2백40억원, LG그룹이 2백10억원등 상위 4개그룹이 각각 2백억원을 넘겨 재계 「빅4」로서의 덩치를 과시했다. 특히 현대의 경우 정주영 명예회장의 정치참여이후 뇌물성자금을 전혀 제공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예상보다 많은 금액을 제공한 것으로 주목을 끌었다.
이어 한진그룹 1백70억원, 동아그룹 1백60억원, 롯데그룹 1백40억원, 진로그룹1백10억원, 한일그룹 1백억원등 1백억원이상의 비자금을 제공한 그룹이 9개나 된다. 이들 그룹의 총수들은 비자금의 규모가 너무 커 사법처리에서 상당한 불이익을 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동아 진로 한일등 중견그룹들은 그룹의 규모에 비해 비자금제공 액수가 상대적으로 커 특혜사업에 대한 의혹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비자금 제공 상위그룹에 랭크된 기업의 한 관계자는 『기업순위를 벗어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당초 예상과 크게 어긋나지는 않는다』면서도 『비자금의 규모까지 확인된 이상 재벌 총수에 대한 사법처리는 불가피하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반면 기업규모에 비해 비자금액수가 적은 그룹들은 다소 상황이 나아졌다. 재계 6위인 쌍용은 비자금제공규모가 10위로 처졌고 노씨 사돈그룹인 선경은 30억원을 제공해 20위권으로 밀려났다. 쌍용그룹의 한 관계자는 『6공시절 특혜나 이권사업이 없어 주로 명절 떡값명목으로 제공됐을 것』이라며 『재계 순위에 비해 비자금 액수가 적다는 점이 참작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노씨는 사돈기업인 선경으로부터도 30억원의 비자금을 받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러나 동방유량으로부터는 한푼도 받지 않아 대조적이다.
한편 한화 대한전선 벽산등 6개그룹은 비자금 제공액수를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 가장 희색이 만면했다. 이들 그룹의 한 관계자는 『이번 사태의 불똥을 비켜갈 수 있어 천만 다행』이라면서도 『그러나 추가적인 소환이 있을 지 모를 일』이라며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았다.
각그룹들은 비자금 액수의 확인으로 노씨 부정축재수사가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고 22일 아침일찍 대책회의를 소집해 향후 그룹의 대처방안들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한 관계자는 『솔직히 말해 대책이 있겠느냐』며 『다만 검찰의 수사의지에 그룹의 사활이 달린 상황』이라고 말했다.<이재렬 기자>이재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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