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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해튼 7번가서 「디자인클럽」 허경혜씨(달리는 지구촌 한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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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해튼 7번가서 「디자인클럽」 허경혜씨(달리는 지구촌 한인들)

입력
1995.1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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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내 자체브랜드 갖는게 목표죠”/직장생활 8년후 독립… 남편은 생산·판매전담 “실과 바늘”세계 패션을 리드해 가는 뉴욕 맨해튼의 7번가. 패션애비뉴로도 불리는 이곳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들은 유행을 창조한다는 자부심으로 가득차 있다. 특히 텍스타일(직물) 디자이너는 앞을 내다보는 안목과 패션계의 흐름을 꿰뚫고 있어야 그나마 행세할 수 있는 패션계의 첨병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

텍스타일 디자인 분야에서 우뚝 서 있는 허경혜(38)씨는 세계 의류업계의 최전방을 달리는 사람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그가 운영하는 「디자인 클럽」에서는 10명이 넘는 디자이너들이 이미 내년 겨울상품에 대비한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시대를 앞서가야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허씨는 패션계의 성패는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패턴을 남보다 빨리 감지하는 일에서 판가름 난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그의 작품은 소비자의 취향에 들어 맞고 있다. 시어즈와 같은 대중적인 백화점에서 팔리고 있는 상품에서부터 최고급 디자이너 드레스까지 골고루 소화해 내고 있는 것이다.

가족을 따라 고교 3년때인 75년 미국에 온 허씨는 이듬해 세계적 패션스쿨인 FIT에 입학, 텍스타일 디자인을 전공하게 된다.

80년 졸업과 동시에 맥 멀퀸사에 입사한 그는 남의 디자인 작품에 색칠만 하는 컬러리스트를 거쳐 보조 디자이너로 승격했다. 이후 능력을 인정받아 83년 죠다쉬 상표로 유명한 MJM 그룹에 스카우트되면서 본격적인 텍스타일 디자이너로 성장했다. 당시 그의 디자인에 의해 만들어진 의류들은 미국 전역에서 큰 인기를 얻기도 했다.

87년 봄 첫 아이를 낳은 그는 한동안 직장일을 계속했으나 아이가 자라면서 가정과 직장생활에 동시에 충실하는데 한계를 느껴 이듬해 가을 퇴직했다. 그러나 디자이너의 길을 포기할수는 없어 89년 겨울 4명의 디자이너를 채용해 7번가에 진출했다. 그는 직장생활에서 연을 맺은 많은 동료들과 업자들의 도움을 얻어 순조로운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직장시절 원만한 대인관계를 유지한 것이 큰 재산이 되고 있는 셈이다.

93년부터는 아예 무역업에 종사해 온 남편 송신철(41)씨가 「위브 텍스 패브릭」이라는 회사를 차려 옷감 생산과 판매를 전담하고 있다. 허씨는 자신과 남편의 회사는 그야말로 「실과 바늘」같아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말한다. 지난해 총 매출액은 1,000만달러정도였다.

단순히 디자인만 하던 데서 출발해 옷감을 직접 만드는 일까지 도약한 허씨는 5년내에 자체 브랜드를 갖겠다는 또다른 야심을 키우고 있다.<뉴욕=이종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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