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조기금 요리·5개 석유기지 2,741억공사 발주/이원조씨 등 정치권 주변 인물이 줄곧 사장역임석유개발공사(유개공)와 석유비축기지건설사업이 검찰의 집중 조사대상에 올랐다. 검찰에 소환된 삼성과 현대 동부 삼부등 주요 건설사 고위관계자들은 석유비축기지사업을 따낸 뒤 발주처인 유개공을 통해 80억원가량의 뇌물을 노태우전대통령에게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개공은 지난 79년 국내외 석유자원개발과 비축사업을 목적으로 설립된 공기업이고 유개공이 발주하는 석유비축기지건설사업은 일정물량의 원유를 저장해두기 위해 설치하는 시설물 건설공사다. 해외에서 도입하는 원유가 갑자기 중단되는등의 유사시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이 사업은 지난 80년 국내 수요량의 60일분을 비축한다는 목표로 추진돼 85년까지 총 4,010만배럴의 비축능력을 갖춘 5개 기지가 건설됐다.
80년대 후반들어 국내 석유소비량이 급격히 늘어나자 정부는 60일동안 국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물량을 90일분으로 늘리기로 하고 90년 4,920만배럴을 저장할 수 있는 추가비축계획을 마련했다. 이 계획에 따라 발주된 석유비축기지건설공사가 바로 유개공이 이번에 노씨비자금파문의 소용돌이에 휩싸인 배경이 되고 있다.
6공기간에 발주된 비축기지건설사업은 모두 5개. 전남 여수의 2개소와 경남 거제, 경기 구리, 평택등에 각각 1곳씩 건설하기 위해 발주된 이들 공사의 발주금액은 모두 2,741억8,700만원에 달한다. 5개사업중 경기 구리와 평택에 건설되는 K―1추가공사와 L―1공사는 모두 끝나고 여수와 거제에서 착공된 3개 기지는 아직 공사중이다.
이 사업이 의혹의 대상이 됐던 것은 5개 기지건설사업권을 따낸 업체의 낙찰률이 하나같이 예정가의 94%를 넘고있기 때문. 유개공의 유도아래 입찰에 참가한 건설업체들이 담합하고 이 과정에서 낙찰받은 업체가 일정금액의 수수료를 떼어 노씨에게 전달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여수 U―1―1기지의 경우 선경건설과 럭키개발(현 LG건설)이 각각 63대37의 비율로 1,080억9,000만원에 낙찰받았다. 예정가의 94.11%수준이다. 여수의 U―1―2기지도 예정가의 94.16%에 현대건설과 대호건설에 낙찰됐고 거제와 구리 평택기지 모두 예정가의 94.12∼94.24%에 건설사들이 나누어 공사를 따내 담합의혹을 샀다.
유개공은 이번 노씨비자금파문에 휩싸이면서 정치자금을 조성하는 국영기업체의 하나임이 확인됐다. 유개공이 정치자금 창구로 여론의 도마위에 오르기 시작한 것은 수조원에 달하는 석유사업기금을 운용하는데다 석유사업과는 전혀 관련없는 이원조씨가 5년2개월동안 이 회사의 사장으로 장기집권하면서부터다. 이씨는 재임중 수조원의 이 기금을 은행에 예치하고 예치은행으로부터 거액의 사례금을 정치자금으로 활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씨의 후임으로는 노씨와 육사동기인 최성택씨가 86년1월부터 90년8월까지 재임, 유개공이 정치권과 밀접한 기관임을 입증했다. 특히 석유비축기지건설사업이 집중 발주된 91년에는 당시 핵심부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던 유각종씨가 사장을 맡았다. 유씨는 금진호 의원이 동자부 광무국장으로 있을때 동자부차관을 지낸 인물로 이번 노씨비자금파문과 전혀 무관하지 않음을 시사하고 있다.<이종재 기자>이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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