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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정서/조성호 전국부장(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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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정서/조성호 전국부장(메아리)

입력
1995.1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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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무력증에 빠지고 울화증에 걸린 사람들이 크게 늘어났다. 일할 의욕이 떨어지고 가슴에 화기가 치밀어 올라 답답하고 신경부조화증상까지 나타나 병원을 찾는 사람들도 적지않다고 한다.이 와중에 지하철과 철도요금이 오르고 서비스요금등이 또 멋대로 뛰어오르고 해도 사람들은 별 무반응이다. 요즘의 심리적인 무방비상태를 틈타 각종 물가가 요동치고 가계가 위협받는데도 전같은 걱정의 소리가 들리지도 않는다. 황당한 일을 겪고는 사람들이 마음의 중심을 놓아버렸다. 정서의 가늠자가 빠지고 뒤틀려버린 것이다. 「노태우신드롬」이다.

87년 대선당시 『부당한 방법으로 한푼의 재산도 한치의 땅도 늘리지 않겠다』고 선언했던 그 사람은 억만금의 산을 쌓아놓고 감옥으로 갔다. 노씨가 들어간 서울구치소의 뒷산 이름이 무재산이라니 그에게 무욕 무상의 인생교훈을 가르쳐줄 장소가 이곳이었나 보다.

노태우씨 그는 행위예술, 퍼포먼스의 천재이기도 했다.

『여러분 가슴에 안고 있는 이 불신, 이 갈등을 내가 모두 안고 가겠다. …이것을 계기로 정치인들이 불신과 갈등을 다 씻어 버리고 화해와 협력으로 새로운 정치문화를 만들어 달라』 나라가 깨져버릴 것만 같은 소란과 불신 갈등을 일으키고 국민의 정서를 병들게 한 비리의 장본인이 감옥으로 가던 날 훈계처럼 던진 말이다. 그의 얼굴에는 조소와 냉소가 뒤섞인 듯한 묘한 웃음이 감돌고 있었다.

「그것은 뿌리깊은 정치적 관습이고 나는 그 대표적 희생물이다」 후안(후안)의 그는 이 말을 더 하고 싶었을 것이다.

무서운 심리적 공황상태가 우려되는 지금이다.

자기조절의 체계가 망가져 버린 비리의 군상들은 감옥으로 간다치고 선량하게 살아온 민생들의 망가진 가슴은 누가 고쳐줄 것인가. 고쳐줄 사람도 보상해줄 사람도 없다. 도덕과 윤리가 실종된, 상실의 시대를 살아가는 민생들은 스스로 무력증에서 벗어날 수밖에 없다. 분노하고 좌절만 하기에는 너무 억울한 노릇이다. 반도덕의 군상들같은 정서적 장애자가 되지 않기 위해 우리안에 뒤틀려져 있는 정서의 나사를 다시 조여야 한다. 그리고 사회적 감시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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