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용접·도장·조립라인등서 모두 1,000여대 “노동”/핵심부품 속속 국산화… 갈수록 초소형·첨단화 경쟁산업현장에 로봇시대가 도래했다. 위험하고 힘들고 궂은일을 기피하는 3D현상이 확산되면서 근로자가 떠난 자리를 로봇군단이 메워가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울산공장 3공장의 아반떼 차체용접라인. 육중한 차체조각을 운반하다 근로자들이 부상을 입고 용접과정에서 튀는 불꽃으로 화상을 당하기 일쑤였던 용접라인에 380대의 대형 관절로봇이 배치돼있다.
주라기시대의 공룡들이 도열하듯 로봇들이 컨베이어벨트 양쪽에 줄지어 서 있다가 차체조각들이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도착하자 길이 2가량의 팔 끝에 달린 용접기로 분주하게 각각 맡은 곳을 용접하기 시작한다. A―1 로봇이 용접을 맡은 곳은 3곳. 운전석 밑을 용접한 후 바닥판을 땜질하고 다시 앞문 위쪽의 접합부위 작업을 끝내고 제자리로 돌아온다. 각 로봇들이 맡은 일을 마치면 자동으로 다음 차체조각들이 밀려온다. 공장관계자는 『로봇작업이 수작업보다 훨씬 빠르고 불량률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현대 뿐만아니라 기아 대우 쌍용등 자동차업체들마다 이같은 차체용접라인과 도장라인 조립라인등에 모두 1,000대 안팎의 로봇을 채용하고 있다.
국내 로봇제작업체들은 수년전까지만 해도 이같은 로봇의 핵심부품을 모두 일본에서 들여와 일부만 국산품을 부착해 판매했으나 이제는 완전국산화단계에 도달했다. 특히 앞으로 본격적으로 세계로봇시장에 뛰어들기 위해 다관절초정밀로봇, 지능형로봇, 초소형로봇, 가사로봇, 휴먼로봇등 첨단로봇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로봇은 활동형태에 따라 직각좌표로봇 원통좌표로봇 극좌표로봇 다관절로봇으로 나뉘고 있다. 국내업체들은 이중 직각으로만 움직이는 직각·원통·극좌표로봇의 부품들을 대부분 국산화했으나 「로봇의 꽃」으로 불리는 다관절로봇은 두뇌에 해당하는 컨트롤러를 개발하지 못해 일본 업체들에게 엄청난 로열티를 지불해왔다.
그러나 올들어 현대중공업과 삼성전자 LG산전이 잇따라 다관절로봇 컨트롤러를 자체개발, 내년부터 양산체제에 들어가기로 해 국내 로봇산업의 청신호가 되고 있다.
86년 로봇제작산업에 뛰어든 이후 2,500여대의 로봇을 생산해온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수직6축다관절로봇 「H―120」을 독자개발했다. 현대가 개발한 로봇은 일본산이나 독일산에 비해 기능과 정밀도 작업속도등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설치면적을 30% 이상 줄일 수 있어 국제적으로도 손색이 없는 최신형로봇이다. 현대는 내년초부터 이 로봇을 대량생산할 계획이다.
전자제품 생산용 로봇을 주로 제작해온 삼성전자는 오차가 1미크론(0.001㎜)인 초정밀로봇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삼성은 2000년 이전에 이 초정밀로봇을 개발해 국내 각 전자관련업체는 물론 정밀기계 화학산업등의 분야에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LG산전은 하나의 로봇이 여러 공정을 할 수 있는 다기능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LG도 최근 컨트롤러를 독자개발했으며 이를 장착한 다기능로봇을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수출한다는 전략이다.
기아기공 대우중공업 두산기계등의 업체들도 갓난아기 크기의 초소형로봇, 스스로 상황을 판단할 수 있는 지능형로봇, 집안일을 돕는 가사로봇, 사람과 같은 형태의 휴먼로봇등 첨단로봇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박정규 기자>박정규>
◎세계 산업로봇 2000년엔 150만대/국내 7개사 생산… 공동부품사설립 절실
「스틸칼라(Steel Collar)」. 사무직 근로자를 화이트칼라라고 부르고, 생산직 근로자를 블루칼라라고 하듯 로봇에는 벌써 스틸칼라라는 새로운 이름이 붙었다.
스틸칼라라는 별명은 로봇이 세계 각국 산업현장에서 인간이 필요한 각종 상품을 생산하는 첨병으로 자리잡은지 오래임을 뜻한다. 세계로봇연맹(IFR)에 의하면 93년현재 전세계 산업용 로봇은 61만대. 90년의 46만대에서 3년만에 32% 이상 늘어났다. 2000년이면 150만대에 이른다는 전망이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로봇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는 일본으로 93년현재 22만대. 이어 러시아가 6만2,300대 미국이 3만7,000대, 독일이 2만2,400대선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삼성전자 삼성항공 현대중공업 대우중공업 기아기공 LG산전 두산기계등 7개사가 로봇을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생산한 로봇은 모두 2,714대로 888억원 규모.
그러나 각 산업현장마다 로봇을 도입하는 업체가 급증하면서 올들어 지난 9월말까지 3,000대를 넘어서 벌써 지난 한해 생산량을 초과했으며 연말까지는 4,000대를 초과한다는 예상이다.
산업용로봇 가운데 최근 수요가 급증하는 로봇이 다관절로봇이다.
다관절로봇은 작업속도와 동작방향, 작업물량등을 지시하는 「컨트롤러」와 컨트롤러의 지시를 전달하는 「서브드라이버」 인체의 심장에 해당하는 「서브모터」 모터의 동력을 동작량에 맞게 줄여 주는 「감속기」 인체의 근육과 같은 「볼스크류」와 직접 작업을 하는 「팔(Arm)」등으로 구성된다.
국내 업체들은 그동안 일본의 각 로봇제작업체들과 기술제휴를 맺은 뒤 컨트롤러 서브드라이버 서브모터 감속기 볼스크류와 같은 주요부품은 수입하고 국내에서는 팔만을 제작해 공급해왔다. 따라서 현대중공업과 삼성전자 LG산전이 올들어 로봇의 핵심부품으로 꼽히는 컨트롤러를 국산화한 것은 의의가 크다.
문제는 아직도 업체들이 서브드라이버 서브모터 감속기 볼스크류등을 수입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각 로봇제작업체들이 공동으로 출연해 이들 부품을 생산하는 중규모의 기업을 설립, 공동공급받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하고 있다.<박정규 기자>박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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