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서 개별적 조성 음성자금은 제외 입장/정치인에 흘러간 노씨 돈엔 가능성 열어놔검찰이 그리고 있는 정치권 사정의 밑그림은 어떤 것일까. 노태우전대통령 축재비리 사건의 수사과정에서 불거져 나온 노씨 비자금의 대선자금 유입과 여야 정치인의 별도 정치자금 수수확인설은 이미 정치권에서 첨예한 쟁점으로 부각돼 있는 상태다. 검찰의 향후 수사방향에 따라 정치권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판도라의 상자」인 셈이다.
검찰은 좀처럼 속내를 털어놓지 않고 있지만 수시로 발언 수위를 조정해가면서 여론과 정치권의 반응을 탐색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현재 정치권 사정과 관련된 최대 쟁점은 검찰의 수사대상이 노씨 비자금이 흘러든 대선자금에 국한되는지, 아니면 3김씨를 비롯해 여야 정치인들이 노씨와 기업체들로부터 받은 정치자금 모두를 포함하는지의 여부다. 또 이를 어떤 방식으로 밝히고 어느 선까지 공개할 것인가도 쟁점이다.
대선자금에 관한 검찰의 입장은 비교적 정리된 상태다. 안강민 대검중수부장은 『검찰의 수사대상은 노씨의 비자금 사용처』라고 거듭 강조, 노씨 비자금의 선거자금 유입여부에 수사를 국한할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오히려 검찰의 고민은 노씨 비자금의 선거자금 유입을 어떻게 규명할 수 있을지에 있는 것 같다. 검찰고위관계자는 『노씨가 입을 다물고 있어 검찰도 답답한 심정이다. 계좌추적은 시간도 오래걸리고 성공률도 높지 않아 노씨의 심경변화에 기대를 걸 수 밖에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굳이 노씨의 입을 통하지 않더라도 대선자금 조성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금진호, 이원조씨등의 수사에서 대선자금 지원규모를 파악할 수 있다. 또 뭉칫돈으로 흘러갔을 대선지원금은 당시의 상황에 비추어 돈세탁됐을 가능성이 크지 않아 쉽게 추적이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선자금과는 달리 정치인 수사에 관해서는 다소 불투명한 상태다. 현재 재계와 정치권에서는 『검찰이 재벌총수 조사에서 노씨비자금과는 별도로 돈을 받은 여야 중진의원 10여명의 명단을 확보했다』는 소문이 정설처럼 퍼져 있다. 그러나 안중수부장은 18일 『노씨외에 다른 정치인들이 받은 정치자금에 대해서도 수사하는가』라는 질문에 『그걸 우리가 왜 하냐』며 정면부인했다.
불과 2∼3일전 『정치인들의 불법적인 자금조성도 수사대상』이라고 밝혔던 것을 뒤집어 버린 것이다. 현재 검찰이 쥐고 있는 「정치인 파일」을 공개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검찰은 정치인에게 흘러간 노씨의 비자금에 대해서는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노씨의 비자금 조성과정에 직접 관여해 기업체로부터 「떡고물」을 받은 정치인들에 대해서는 검찰이 칼을 댈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다만 정치인들이 개별적으로 수수한 음성적 정치자금과 커미션등은 추후 또다른 용도로 사용키위해 일단 수사대상에서 제외할 것이라는 관측이다.<이태희 기자>이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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