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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5.1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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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만 열면 「국민을 위해서」 뭘 어쩐다고 정치인들은 말하지만, 나타나는 현실은 그 반대인 경우가 많아서 분별없는 정치투쟁이 거꾸로 국민을 괴롭히기 일쑤다. 미국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클린턴대통령과 공화당의 싸움이 바로 그런 경우다. ◆공화당은 작년의 중간선거에서 대승을 거두어 상·하 양원을 모두 장악했다. 그 공화당의 지도자는 뉴트 깅리치하원의장과 보브 돌상원원내총무다. 깅리치는 카리스마적 지도력과 변설로 공화당을 이기게 한 승전영웅이고 돌은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의 클린턴과 대결할 공화당의 대표주자다. ◆이들이 이끄는 의회는 방대한 재정적자를 줄이겠다는 공약에 따라 최근 연방정부의 요구를 대폭 삭감한 예산관련법안을 의결해 행정부에 넘겼다. 각종 사회복지 예산도 크게 깎였다. 그러나 클린턴은 사회복지 부문의 개선을 공약했었고 당선이후 이 문제에 큰 관심을 기울여 왔다. 그는 의회의 예산법안을 거부할 수밖에 없었다. ◆내년 대통령선거에서도 공화당은 세금에 민감한 기득권층에서, 클린턴대통령은 복지확대에 기대하는 서민층에서 표를 모을 계획이다. 양쪽 다 이 싸움에서 밀리면 내년 선거를 망치게 된다. 예산지출 중지로 연방정부의 민생업무가 대부분 마비된 가운데 타협점을 찾고 있지만, 사흘을 넘기고도 아직 앞이 감감하다. ◆이들의 정권투쟁으로 골탕을 먹는 것은 결국 국민이다. 그 영향은 나라 밖으로도 번져서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각국 국민이 미국비자를 얻지 못해 낭패를 보고 있다. 아시아지역의 새정치·경제질서를 논의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18개국 정상회의도 클린턴의 불참으로 김이 빠졌다. 국민을 볼모로 추악한 정쟁에 몰두하고 있는 정치인들의 맹목이 나라 안팎을 어지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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