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국민은 혼돈속에 있다. 이럴때 우리는 우리사회가 처해있는 역사적 상황에 대한 정확하고도 명석한 인식이 필요하다. 전직대통령 노태우씨의 구속이 어떤 시대적 자리매김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자각없이는 그 혼돈속에서 헤어날 수 없고 그 구속이 무의미하다.노씨의 서울구치소행은 단순히 부패한 정치권력자 1인의 사법처리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굴절된 현대 정치사를 바로 잡기 위한 총체적 변혁의 시작이다. 이제 그 변혁에 있어 가장 복잡하게 뒤얽힌 매듭 한개를 풀기 시작했으며 이를 시발로 정치·경제·사회전반에 걸쳐 우리는 비민주적이고 부패한 요소들을 근본적으로 도려내는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비단 노씨뿐만 아니라 건국후 역대의 집권자들이나 그들과 영합해 권력과 부를 함께 향유한 집단들에게는 민주적 정치제도란 한낱 그들의 횡포와 비리를 눈가림하기 위한 장식품에 지나지 않았다. 이들 정치가들은 민주사회에서 용인될 수 없는 절대권력을 쟁취하고 연장하기 위해 민주적 헌정을 왜곡시키고 부정과 결탁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우리는 이제 정의로운 정치·경제질서를 사회에 근착시키기 위해 악습과 악폐의 정치사로부터 근본적인 단절을 시도해야 할 때가 왔다.
이러한 노력을 위해서는 현시점에 대한 역사인식이 정확해야 하는 것이다. 역대 집권자들이나 정치인들이 우리의 현대사를 오염시켜 온 것은 일종의 「앙시앵 레짐」(프랑스 혁명전의 구체제)이었고, 전직대통령의 구속은 이를 타도하는 노력, 즉 혁명의 시작으로 볼 수 있다.
우리는 1960년 4·19의거, 1980년 서울의 봄, 1987년 6월 시민항쟁 등 우리의 헌정질서를 바로 잡으려는 이전의 국민적 노력이 어떻게 좌절되거나 흐지부지되었는가를 심각하게 되새길 필요가 있다. 그 결과 결국 오늘날 전국가원수를 구속해야 하는 국치를 겪게 된 것이다. 노씨의 구속은 한 전직대통령 개인의 단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구시대·구질서를 단죄하는 것이다. 지금은 새로운 혁명기다.
이러한 이유에서 우리는 서구 시민사회가 그들의 앙시앵 레짐을 극복하기 위해 기울였던 것과 마찬가지의 결연한노력을 시작해야 한다. 절대권력 위에 생성된 비민주적이고 부패한 구질서의 잔재는 정치지도자 한사람의 사법처리로 일소될 수 없는 것이다. 우리의 정치·경제·사회 질서의 오염된 환부들을 총체적으로 도려내고 우리 모두가 다시 나라를 세운다는 마음가짐 없이, 하나의 혁명이라는 인식없이, 이러한 역사적 과업들은 결코 이루어질 수 없다. 노씨의 구속은 혁명적 변화의 기점이 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정치지도자로부터 국민개개인에 이르기까지 모든 구각에서 탈피하겠다는 처연한 결의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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