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예금·적금 금리 완전 자유화

◎재경원·한은,3단계 개편안 발표… 내주부터 시행/최저발행금액 CD·CP 1,000만원·표지어음 500만원/건설·유통 등 비제조업 발행 상업어음도 할인혜택정부는 16일 은행과 제 2금융권의 정기예금 및 적금금리를 완전 자유화하기로 했다. 만기 6개월의 적금상품과 발행가격 1,000만원짜리 양도성예금증서(CD) 기업어음(CP), 500만원짜리 표지어음이 새로 등장하며 건설업 유통업등 비제조업체가 발행한 어음으로도 중소기업이 은행에서 상업어음할인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재정경제원과 한국은행은 이날 이같은 내용의 「3단계 금리자유화 및 총액한도대출제도 개편안」을 마련, 금융통화운영위원회 의결을 거쳐 오는 20일부터 전면시행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지난해 7월부터 4차례에 걸쳐 추진된 3단계 금리자유화일정이 모두 완결됐다.

이번 조치는 그동안 금리규제를 받던 1,2금융권의 ▲만기 6개월미만 정기예금 ▲1년미만 적금(부금포함) ▲예치기간 3개월이상의 자유저축·기업자유예금을 대상으로 한다. 현재 1년인 은행 적·부금 최단만기가 6개월로 단축되고 은행부금의 연단위 만기제한이 폐지된다.

이와 함께 단기시장성수신상품의 최저발행금액을 인하, ▲CD CP 환매채(RP)등은 2,000만원에서 1,000만원 ▲중개어음은 3,000만원에서 1,000만원 ▲은행표지어음은 1,0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각각 조정됐다.

3단계 금리자유화조치의 시행으로 91년부터 시작된 금리자유화 「대장정」은 사실상 마무리된 셈이다.

보통·당좌·별단등 수시입출금이 가능한 요구불예금이 아직 규제금리대상으로 남아있지만 이들은 저축상품 아닌 지급결제수단이므로 선진국에서도 가장 늦게, 신중하게 금리를 자유화한 바 있다.

당초 신경제 5개년계획상 3단계 금리자유화의 완결시한은 96년까지였다. 그러나 최근 시장금리와 물가가 각각 12%, 4%대의 안정세에 있고 통화공급여력도 충분해 정부는 금리자유화를 「조기단행」했다고 밝혔다. 물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등 선진국을 향한 개방의지표현도 조기시행의 빼놓을 수 없는 이유중의 하나이다.

금리자유화란 돈값의 자유화이고 이는 곧 돈을 상품으로 하는 금융기관간 경쟁의 본격화를 뜻한다.

그동안 국내금융기관들은 상품가격(금리) 결정권한이 없어 경쟁도 없고 따라서 경쟁력도 갖출 수 없었다. 금리자유화가 금융경쟁력강화의 전제조건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번 금리자유화조치로 가장 유리해진 것은 「은행」이다. 이는 「저축기관의 중심은 은행」이란 정부의 기본인식이 담긴 것으로 금리경쟁이 은행끼리는 물론 은행과 제 2금융권간으로 확산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한편 정부는 중소기업 자금난경감과 구조조정촉진차원에서 비제조업체가 발행한 상업어음도 할인혜택을 부여키로 했다. 따라서 앞으론 건설업 유통업등 업종에 관계없이 ▲중소기업이 할인의뢰하는 ▲90일이내 어음은 모두 금융기관소요자금의 일정액을 한은이 저금리로 지원(재할인)하는 총액한도대출대상에 포함된다. 현재 상업어음할인잔액은 14조6,000억원인데 이번 조치로 비제조업에 6조원가량의 자금추가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제조업이 독식하던 상업어음할인대상에 비제조업이 편입됨에 따라 제조업체의 상대적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재경원은 이와 관련, 비제조업어음을 할인하더라도 80%이상은 반드시 제조업에 지원하고 신용대출실적이 우수한 은행에는 재할인자금 배정에 혜택을 부여할 방침이다.<이성철 기자>

◎「3단계 금리자유화」 완결 의미·전망/경쟁력강화·개방겨냥 “조기단행”/기간·금액따라 금리 차등… CD등 소폭내릴듯

3단계 금리자유화가 마무리됨에 따라 금융기관의 금리경쟁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그러나 금융기관간 자금이동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금리자유화의 주요 대상인 은행들은 대체로 수신금리를 낮춰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으나 이 경우 다른 은행 또는 투금사 등 제2금융권과의 경쟁관계를 감안,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시중은행 실무관계자들은 16일 한국은행에서 모임을 갖고 향후 금리조정 방안에 대해 상호 의견을 교환했으나 은행마다 약간의 입장차이를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각 은행들은 은행 수지와 향후 자금이동 가능성등을 면밀히 검토해 이번주말까지 조정된 금리를 발표하기로 했다.

은행들은 현재 이번 금리자유화 대상 가운데 6개월 미만 정기예금의 금리(현행 2.0∼5.0%)는 소폭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인상폭은 0.5∼1.0%포인트 정도가 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지적됐다.

그러나 양도성예금증서(CD)나 표지어음등 단기 시장성상품 금리는 소폭 인하될 전망이다. 조흥은행 허종욱 상무는 『CD와 표지어음의 최저발행금액이 현행 2,000만원과 1,000만원에서 각각 1,000만원과 500만원으로 낮아짐에 따라 저축예금 등 요구불예금에서 이들 상품으로 자금이동이 예상된다』며 『급격한 자금이동으로 인한 은행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CD와 표지어음의 금리 인하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은행들은 2,000만원이상에 대해서는 종전 금리(기간에 따라 9.0∼11.5%)를 적용하고 2,000만원 미만에 대해서만 금리를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은행들은 또 자유저축·기업자유예금 등 3개월이상 요구불예금 금리는 현행대로 유지하거나 소폭 인하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상업은행 관계자는 『6개월이상 자유저축예금 금리는 현재 6.0∼9.0%로 정기예금 금리와 비슷한 수준이다. 입출금이 자유로운 예금의 성격상 정기예금보다는 금리가 낮은 게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은행들은 3단계 금리자유화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자유화 금리는 당분간 현행대로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투금사와 상호신용금고 등 제2금융권은 일단 은행의 금리조정 상황을 보아가며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히고 있다. 동양투자금융 김시환 기획부장은 『투금사의 경우 이번 자유화조치로 당장 금리를 조정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한은의 중소기업에 대한 총액한도대출 대상에 건설업 등 비제조업체도 포함키로 한데 대해 은행들은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어차피 대출에 대한 위험부담을 은행이 져야 하고, 전체 한도가 늘지 않은 상태에서 건설업체에 대출을 해주려면 기존의 제조업에 대한 대출을 줄여야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했다.<김상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