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 총액·사용처 20일내 밝혀야/노씨 밝힌 5천억중 절반만 확인/집중심리땐 내달 10일께 첫 공판노태우 전 대통령은 구속됐지만 검찰의 수사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도 할 수 있다. 검찰은 앞으로 20일안에 노씨가 재임기간에 받은 뇌물 총액과 성격을 정확히 규명해내야 한다. 이는 노씨에 대한 범죄사실 입증 뿐만 아니라 뇌물을 제공한 기업인을 사법처리하는 데도 관건이 된다. 또 이날 구속된 노씨는 이제 피의자의 입장에서 길고도 험난한 사법 절차를 거치게 됐다.
검찰이 구속영장에서 밝힌 노씨의 뇌물수수액은 2천3백58억9천6백만원. 그러나 이 금액은 30개 기업체로부터 받은 금액일뿐이어서 검찰의 재계수사 범위가 확대될 경우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앞으로 ▲은행등 금융기관 ▲국영기업체 ▲비재벌계열 기업 ▲6공기간에 신규허가된 골프장등에서 노씨에게 제공한 자금을 밝혀내야 한다. 검찰이 30명의 재벌총수가 제공한 자금을 모두 뇌물로 단정했고, 백만원 단위까지 정확한 금액을 파악한 점으로 미뤄 재계수사 확대시 비자금 총액규명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비해 비자금의 사용처를 밝혀내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우선 정확한 사용처를 알고 있는 노씨가 입을 다물고 있는 상황에서 계좌추적등 간접확인 작업에 의존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씨의 재임기간에 비자금이 「뭉칫돈」으로 빠져나갔을 곳은 ▲민정당 및 민자당 운영비 ▲13·14대 총선지원금 ▲14대 대선자금 등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추측돼 검찰이 확고한 의지만 갖고 수사를 진행한다면 충분히 밝혀낼수도 있다. 특히 대선자금으로 노씨의 비자금이 얼마나 흘러들어 갔는가는 현재 국민적인 여론의 핵심인 만큼 이번 사건수사에 임하는 검찰의 입장을 보여주는 상징성도 갖고 있다.
스위스 은행 비밀계좌등 노씨의 국내외 은닉재산을 찾아내야 하는 것도 검찰의 과제다. 특히 노씨의 해외은닉재산에 대한 수사는 노씨가 비자금을 조성한 목적이, 자신의 주장처럼 「통치」를 위한 것이었는지 아니면 자신과 가족들의 「축재」를 위한 것이었는지를 판단하는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기업체 대표가 노씨에게 뇌물을 준 이유를 「기업경영에 대한 선처」라고 밝혔다. 기업인들의 주장처럼 그것이 「떡값」이었건 노씨의 표현처럼 「성금」이었건 대통령의 포괄적인 지위를 감안할 때 뇌물성 자금이라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따라서 뇌물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난 기업인 전원에 대한 사법처리가 불가피하며 특히 뇌물액수와 시기, 죄질등을 고려, 5∼6명의 기업인을 구속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검찰은 노씨를 상대로 오는 12월5일까지 수사를 계속할 수 있다. 일반형사범의 경우 구속기간(10일)연장이 1차례만 가능해 이날까지는 일단 수사를 마치고 노씨를 기소, 법원에 공소장을 제출해야 한다. 검찰은 따라서 정확한 비자금 조성경위와 사용처등 지금까지 밝혀내지 못한 부분을 20일안에 밝혀내야 한다.
검찰이 공소장을 제출하면 서울지방법원은 이 사건을 재판부에 배당, 재판절차를 밟게 된다. 통상심리의 절차를 밟는다면 첫 공판은 재판부 배당 3∼4주뒤에 열리고 증인심문과 증거조사등 수십차례의 공판과정을 거쳐 1심 선고공판은 내년 5월께 열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신속한 재판진행을 위해 집중심리의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12월10일께 첫 공판을 열고 하루 이틀 간격으로 집중적인 공판을 진행, 1심 선고공판을 12월말이나 내년 1월중으로 앞당길수 있다.
현행 형사소송법상 1심재판은 구속후 6개월이내에 완료해야 하며 2심 재판은 1심판결후 4개월이내, 최종심인 대법원재판은 2심판결후 2개월이내에 완료토록 돼있어 노씨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한 구속후 1년이 되는 내년 11월안에 모든 재판절차를 마치게 된다.
구속영장에 명시된 대로 노씨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제2조)상의 뇌물죄가 적용되면 10년이상의 징역형에서 최고 무기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다. 또 뇌물로 인정된 금액은 전액 몰수·추징할 수 있다. 그러나 전직대통령이라는 신분을 감안, 노씨를 조기에 석방할 가능성도 높다. 우선 검찰이 기소전 구속집행정지의 방법으로 노씨를 석방할 수 있고 기소후에도 공소를 취소하거나 형을 확정한 뒤 곧바로 특별사면과 복권조치를 취해주는 방법도 있다.<박정태 기자>박정태>
◎검찰 구속영장 내용 분석/2,358억원 전부 뇌물 간주/기업체 돈·대통령 직무 연결 논거 제시
구속영장에서 노태우 전 대통령의 범죄혐의중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노씨가 기업체로부터 받은 2천3백58억여원을 전액 뇌물로 간주한 것이다.
또 영장에 노씨에게 돈을 준 30개 그룹중 유독 대우그룹과 동아그룹을 특정해서 거명, 기업체 사법처리와 관련해 주목을 끌고 있다.
검찰은 『기업체들로부터 받은 돈은 순수한 성금』이라는 노씨측의 주장을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찰은 한때 노씨의 비자금을 뇌물과 정치성금으로 분류해 각각 특정범죄가중 처벌법상의 뇌물죄와 정치자금법 위반죄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뇌물죄 성립의 전제조건인 직무관련성과 대가관계가 불명확할 경우 자칫 법원에서 일부 무죄가 나올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검찰은 『대통령이 기업체로부터 받은 돈은 정치자금이든 성금이든 모두 뇌물에 해당한다』고 결론지었다.
검찰은 이같은 법리를 법원에 이해시키기 위해 4페이지의 영장내용중 2장반을 대통령의 권한과 직무를 적시, 논리적 근거로 제시했다.
검찰은 영장에서 대통령이 지닌 ▲대통령령 포고와 재정·경제상의 긴급처분권한 ▲행정각부의 공무원 임면·지휘·감독권등 대통령의 직무를 밝힌 뒤 산업구조조정등 금융·통화·조세정책 수립의 최종 결재권자가 대통령임을 강조했다.
검찰은 이어 대통령이 국책사업의 사업자 선정, 사업인허가, 금융지원, 세무조사등 막대한 권한을 쥐고 기업경영에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밝혀 기업체의 돈과 대통령의 직무관련성을 직접 연결시켰다.
이와 함께 검찰은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이 진해잠수함기지 건설공사 수주대가로 50억원을 건넸다고 대표적인 특혜 사례를 거명한 뒤 동아그룹 최원석 회장의 이름을 적시했다.
한편 검찰은 노씨 비자금의 부동산 유입사실을 밝혀내고도 이를 영장범죄사실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이는 일단 노씨를 구속시킨 뒤 보강수사를 통해 재산은닉과 해외재산 도피등의 혐의를 추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이태희 기자>이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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