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개조감방… TV도 제공「전직대통령」에서 하루아침에 「미결수」신분으로 전락한 노태우전대통령. 그는 16일 어둠이 완전히 깃든 경기 의왕시 포일동 서울구치소의 3·6평짜리 독방에 수감됐다. 노씨는 별다른 사법·정치적 고려가 없는 한 이곳에서 수의 차림에 보리밥 관식으로 하루 3식을 하며 쓸쓸한 연말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이곳은 노씨의 6공시절 참모들과 군 후배들이 각종 비리로 수감됐던 장소여서 그의 감회는 남다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일반 재소자에 비하면 노씨의 구치소생활은 상당한 배려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구치소측은 17개 사동이 아닌 분류계 사무실을 개조, 노씨를 단독 수감키로 했다. 노씨가 수감되는 방에는 목조침대가 들어가며 모포 3장과 이불 1채가 지급된다. 또 난방이 들어오며 TV도 제공될 것으로 보인다.
방 주위에는 과장급 1명등 교도관 3명이 상주하며 사동 주위에는 교도경비대가 24시간 배치된다. 노씨의 호칭은 일반 재소자처럼 수인번호를 부를 예정이지만 평상시 깍듯한 경어를 쓰기로 했으며 매일 한번씩 의무과장(의사)이 노씨의 건강을 체크할 예정이다. 노씨가 기거할 방 벽면에는 수세식 화장실과 세면장, 개인용 관물대가 있으며 샤워나 목욕도 다른 일반죄수와 달리 배려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분위기를 감지한 듯 노씨의 수감소식을 전해들은 재소자들은 『노씨는 이미 구치소내에서 「범털」(거물급 재소자를 뜻하는 은어)대신 「봉황털」로 불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이 전하는 재소자들의 구치소 생활은 군대와 유사하다. 상오 6시 30분에 기상해 잠자리를 정리한 뒤 인원점검을 받는다. 식사는 쌀과 보리가 8대2의 비율로 섞여있는 밥과 국등 1식3찬. 일반재소자들은 상오 11시께 운동장에 나가 30분간 달리기등 운동을 하고 점심을 먹은뒤 하오에는 신문이나 방송시청을 하며 소일한다. 하오 5시30분께 저녁식사를 한뒤 잡담등으로 시간을 보내다 하오 8시가 넘으면 취침할 수 있다. 면회는 하루 7분만 허용되나 노씨에게는 하루 10∼15분 가량의 특별면회가 허용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거물들은 최락도 박은태 의원과 이형구 전노동장관, 최선길 노원구청장등. 이들은 노씨의 수감시간을 알아보는등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6공때 산업은행총재를 역임하는등 노씨와의 인연이 각별했던 이전장관은 구속의 충격으로 건강이 나쁜 상태에서도 『노씨가 어떻게 수감생활을 견딜지 모르겠다』며 걱정을 많이 하고 있다고 한다. 반면 야당소속 의원으로 5·18 광주항쟁과 관련, 노씨의 사법처리를 강력히 주장했던 최의원등은 엉뚱하게 비자금 파문으로 영어의 몸이 된 노씨에 대해 『구속은 당연한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치소측은 노씨의 뒤를 이어 금진호 의원등 친·인척과 일부 재벌총수들도 수감될 것으로 보고 준비중이다. 모두 8백85개실을 갖춘 서울구치소의 수용적정인원은 3천5백여명 수준. 93년 사정한파가 불어닥쳤을 때 독방이 만원을 이룬 적이 있으나 현재는 여유가 있어 이들 모두가 독방에 수감될 것으로 보인다.
거물들도 아침 저녁으로 인원점검을 받아야 하고 외부와 격리된 부채꼴 모양의 독거수 운동장(7∼8평)에서 운동을 하게 돼 있어 서로 자연스럽게 조우, 노씨와 동병상련을 나눌 기회는 많을 것으로 보인다.<장학만·김경화 기자>
◎영장·첨부기록 1,000쪽 육박/상오11시35분문영호 과장 영장신청/하오 6시51분김정호 판사 영장 발부/하오 7시30분영장집행 서울구치소로
16일 상오 11시40분 문영호 대검중수부 2과장은 자신의 서명이 찍힌 영장 원본과 부본 1부씩을 들고 서울지검으로 향했다. 서울지검 이종찬 3차장검사와 최환 서울지검장에게서 최종 결재를 받았다. 최검사장이 점심을 들며 영장과 수사기록 검토를 마친 시간은 하오 1시15분.
영장은 하오 1시25분 서울지방법원 영장접수계에 접수됐다. 법원이 급박하게 움직였다. 이곳에 온 영장과 수사기록은 성인남자의 손 한뼘정도인 20㎝ 두께로 두꺼웠고 1천페이지에 육박할 정도의 방대한 양이었다.
이날 당직판사인 서울지법 형사항소6부 김정호 판사는 곧바로 기록검토에 들어갔다. 청사에 어둠이 깃들 때까지도 영장 발부가 늦어지자 검찰과 보도진은 애가 탔다. 김판사는 약 5시간 30분동안 영장을 꼼꼼히 살폈다. 이시간 노씨는 조사실에서 결과를 예측한듯 담담한 표정으로 집행을 기다렸다.
하오 6시51분 김판사가 드디어 영장에 서명했다. 영장이 발부됐다는 소식을 접한 검찰은 구속집행 준비를 서둘렀다. 영장은 하오 7시7분 검찰에 이송됐다. 호송차량이 청사 현관에 대기했다. 노씨는 약 20여분 후 수사관들의 호송을 받으며 청사 1층에 모습을 드러냈고 구치소로 향했다. 청구에서부터 집행까지 걸린 시간은 약 6시간. 그러나 헌정사상 그리고 사법사상 가장 길고 긴박한 하루였다.<박정철·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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