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의 경제협력과 무역 자유화를 도모하기 위한 아태 경제협력체(APEC)회의가 16일 일본 오사카에서 개막된다. 원래 각료회의로 출발한 APEC은 3년전부터 정상회의가 추가되면서 그 비중이 커졌고 회원국도 18개국으로 늘어 중요성이 더해 가고 있다. 또 결속의 진전도 빨라져 협의체의 단계로부터 조정체를 지나 협상체의 단계로 접어들었다.APEC이 지향하는 공동체의 목표에 까지 이르려면 여러가지 난관이 있지만 앞으로 회원국들이 합심 노력한다면 세계 최대의 경제공동체로 부상할 날도 멀지 않을 것이다. 18개 회원국들의 인구를 합치면 세계인구의 38%가 넘고 국민총 생산은 57.5%, 교역액은 45%를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가입을 서두르고 있는 베트남 인도 러시아 몽골 북한까지 합치면 더욱 큰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회원국들간에 이질성이 많고 늘어나는 회원국수에 비례해서 이해관계도 복잡하기 때문에 낙관하기엔 아직 이르다. 그러나 이번 오사카회의를 계기로 APEC이 지역협력기구로서 얼마나 실질적인 협력과 무역투자 자유화를 이룰 수 있느냐를 판가름하는 시험대가 될 것만은 틀림없다.
시애틀의 1차 정상회의가 APEC의 비전을 제시했고 보고르의 2차 회의는 무역투자 자유화의 대원칙을 정했는데 3차 오사카 회의는 그 원칙을 구체화시키는 행동지침을 채택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번 회의에서는 또 APEC의 중장기 발전을 위한 새로운 비전의 제시가 요구되고 있다. 또 이 지역의 안보 대화노력을 뒷받침할 수 있는 포괄적인 성격의 정치적 대화 기구로서의 역할 추가도 시도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APEC을 더욱 확대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주도 세력이 필요한데 미국을 비롯한 역내 주요국가들은 주도력 발휘에 필요한 비용부담을 외면하고 있다. 이러한 주도력부재 상황에서 한국은 회원국들의 의견결집을 위한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모색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한국에서 볼 때 이 지역은 교역의 69%, 대외투자의 77%를 차지하는 경제적으로 매우 중요한 곳이다. 동시에 경제협력이나 무역 투자 자유화라는 측면뿐 아니라 안보 외교 전략면에서도 그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특히 한국은 냉전체제가 붕괴되고 새 질서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어떤 지역 기구에도 가입하지 않고 있다가 호주와 함께 APEC을 창설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때문에 한국은 보다 유리한 고지에서 미국 중국 일본 등 강대국들간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틈을 이용해 중간자 역할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이번 회의에서 우리가 추진하고 있는 「농업개방예외」방침은 이런 조정외교의 성패에 따라 관철 여부가 판가름 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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