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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미성년자 범죄 공동책임론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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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미성년자 범죄 공동책임론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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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1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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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죄지으면 부모도 함께 처벌”/뉴저지·텍사스주 등 동반처벌법안 속속 통과/피해배상·벌금·소양교육 등 「단속못한 죄」 톡톡/“자녀양육권 침해·24시간 감시 불가능” 반발도미성년 자녀가 범죄를 저지를 경우 부모도 함께 처벌해야 한다는 부모 공동책임론이 미국사회에 점차 뿌리를 내리고 있다. 청소년이 사회에 해악을 끼치면 부모등 어른들도 「단속을 제대로 못한」 죄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주장은 오리건주의 작은 도시 실버튼이 지난 1월부터 「부모 책임법」을 시행하면서 미국인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이 법은 자녀들의 범죄에 따라 부모들도 최고 1,000달러의 벌금을 내거나 소양교육을 받도록 하고있다.

인구 6,000명의 실버튼시는 지난해 17세이하 청소년 범죄가 51%나 증가하자 이를 시행키로 했는데 수치상 기대이상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 6개월간 청소년 범죄가 지난해의 절반수준인 18건으로 줄어들었다.

지난해부터 청소년법 개정을 추진해 온 뉴저지주도 최근 청소년 자녀의 범죄에 따른 모든 배상을 부모가 책임지게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뉴저지주 정부는 자동차 절도에 대해서만 부모에게 배상책임을 물었으나 청소년 범죄로 인한 피해를 감당하기가 벅차 이같이 개정했다.

개정안은 또 앞으로 구성될 청소년 사법위원회가 주내 2개의 소년범 교도소와 50여개의 재활 프로그램을 일괄 운영토록 하는 등 소년범의 재범방지에 초점을 두고 있다. 크리스틴 휘트먼 뉴저지주지사는 『청소년 범죄를 더이상 학교 울타리안에서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정부와 부모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녀에 의한 총기사고의 경우에도 부모가 이를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도 확산되고 있다. 텍사스주는 올들어 미성년자가 집안에 있는 총기로 사고를 내면 부모를 형사처벌하는 총기접근관리법을 통과시켰다. 미국에서 집안에 비치된 총기로 인명을 살해한 13세이하 어린이는 91년의 239명에서 93년에는 321명으로 크게 늘었는데, 대부분 부모의 관리소홀이 원인이었다.

또 시애틀과 로스앤젤레스시에서는 올해부터 장기간 학교를 무단결석한 학생의 학부모를 법정에 세우고 있다. 시애틀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한달에 5일이상 혹은 1년에 10일이상 무단결석하면 소년법원에 출두해야 한다. 이에따라 10월말 현재 500여명의 학부모들이 벌금형을 받거나 자녀양육에 관한 강의를 들어야 했다.

로스앤젤레스시 통합교육구(LAUSD)도 9월부터 무단결석하는 학생에게 20시간의 사회봉사형을 선고하는 한편 학부모들에게 최고 250달러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자녀들의 잘못과는 관계없이 부모의 당연한 의무를 게을리하고 있는 파렴치 한 부모를 제재하는 주도 등장하고 있다. 뉴욕주는 지난달부터 자녀들의 양육비를 4개월이상 미납한 이혼부모에 대해 운전면허를 박탈하고 있다. 이혼부모중 양육권을 박탈당한 한쪽이 부담하는 양육비 지급의무에 대해 주 정부가 이처럼 강력한 조치를 취한 이유는 현재까지 법원이 판결한 총 양육비 지급사례의 92%에 해당하는 35만여건이 부실한 납부실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현대판 직계존속 연좌제」가 확산되고 있는 데에는 날로 난폭해지고 있는 청소년들의 범죄를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크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법무부가 최근 발표한 「청소년 범죄백서」에 의하면 지난해 14∼17세 연령층 살인율은 10년전보다 165%나 증가했다. 또 크랙 코카인 붐과 이의 밀매로 인해 청소년들의 마약 및 총기사용도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13세이하의 아동들도 30%이상이 약물을 복용한 경험이 있으며 이들의 살인율과 자살률은 10년전보다 2배이상 늘었다. 보스턴 노스이스턴대 제임스 폭스 교수(형법)는 『청소년 범죄는 방과후 성인의 감독없이 내버려지는 하오 3∼6시에 집중됐다』면서 부모책임론을 적극 옹호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발과 역효과도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마약을 소지한 16세 아들때문에 기소된 실버튼의 한 어머니는 「정부의 간섭을 받지 않고 자식을 키울 수 있는 권리를 침해당했다」며 이 법의 합법성에 도전, 법정싸움을 벌이고 있다.

많은 부모들도 자녀들에 대한 관심과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시킨다는 취지에는 동감하지만, 생업에 바쁜 마당에 어떻게 24시간 내내 자녀들을 감시할 수 있느냐고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게다가 「자식이 저지른 죄로 왜 내가 처벌을 받아야 하느냐」며 위헌소송을 제기하는 무책임한 부모도 생겨나고 있다.

카네기 청소년문제연구소 루비 타카니시 소장은 『미국 사회는 마약등 청소년들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에 대해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를 부모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무리라고 강조했다.

청소년 범죄를 막기 위해서는 학교와 지역사회 가정이 하나가 되어 이들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폭넓은 이해를 형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생활 전반에서 의무를 강조하고 있는 미국 사회 분위기상 부모의 책임을 회복하기 위한 십자군 운동을 벌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힘을 얻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뉴욕=이종수 특파원>

◎인터뷰/청소년법 개정 포리츠 뉴저지주 법무장관/“청소년 범죄 급증속 갈수록 잔인해져 탈선예방 가정·지역사회 적극 나서야”

청소년법 개정을 주도한 데보라 포리츠 뉴저지주 법무장관은 『청소년 범죄를 막기 위한 싸움에 나서지 않으면 미국 사회는 곧 무법천지가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뉴저지주 역사상 첫 여성 법무장관인 포리츠장관은 이어 『미국의 청소년들은 갈수록 잔인한 범죄에 빠져들고 있으며 이는 사회안정의 가장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사실 지난해 뉴저지주에서 구속된 청소년은 93년보다 5,000명이 늘어나 9만명을 넘어섰다. 포리츠장관은 그러나 구속된 청소년 숫자보다 그들이 저지른 범죄내용에 더 우려하고 있다. 뉴저지주에서만 살인 강간 강도 조직폭력등 중범죄와 관련된 청소년이 5만8,000명을 넘고 있는 것이다. 이는 86년보다 46%나 증가한 수치이며 전체 중범죄자중 28%가 청소년이었다. 이같은 추세라면 2010년내에 청소년 범죄가 현재보다 2배이상 증가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청소년 범죄의 심각성을 절감한 포리츠장관은 역시 여성인 크리스틴 휘트먼 주지사에게 법 개정의 필요성을 역설한 뒤 방대한 자료수집에 나섰다고 말했다. 그는 휘트먼주지사와 함께 주내 교도소, 마약치료센터, 재활시설등을 직접 둘러보았으며 청소년문제 전문가들도 두루 만나보았다.

포리츠장관은 『교도소마다 청소년들이 넘쳤으며 교도행정은 물론 각종 재활 프로그램도 통일된 철학없이 구심점을 잃은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고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범죄를 저지른 경험이 있거나 저지를 위험에 직면한 청소년들을 위해 정책을 입안하고 운영할 독자적인 전담기구가 절실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자녀의 범죄에 대한 부모의 배상책임을 강화한데 대해 『처벌보다 부모들도 좀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취지에서 이같이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포리츠장관은 『청소년 범죄는 단순히 학교에 무단결석을 하거나 차량절도, 기물파괴등 그 나이또래가 흔히 저지를 수 있는 일탈행위 수준을 넘고 있다』며 이를 더이상 방치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트렌턴(미뉴저지주)=이종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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