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의 정치판은 대화와 타협에 의한 정상적이고 생산적인 정치는 실종된 채 여야간의 책임전가를 위한 이전투구를 거쳐 결전불사의 긴장된 분위기 속에 사실상 얼어 붙어 있다. 그 원인은 주로 여당과 제1야당인 새정치국민회의 간에 지난 92년 대통령선거때 노태우전대통령으로부터의 자금지원여부에 대한 시비 때문이다. 이의 진실규명에 따라서는 어느쪽이 치명적인 상처를 입게 될 것이어서 양측의 공방은 가히 필사적이며 결국 지원자금의 내역이 밝혀지지 않는 한 정국의 해빙은 어렵게 된 것이다.이런 상황에서 노전대통령이 검찰에 다시 소환될 경우 선거자금 내용을 밝힐 것이라는 얘기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노전대통령은 소위 통치자금의 조성·사용·은닉으로 나라와 정국을 쑥밭으로 만든 장본인인 만큼 국가와 국민에게 속죄하고 정국정상화를 위해 기여한다는 뜻에서도 지원자금의 전모를 낱낱이 밝혀야 할 것이다.
당초 정치권의 자금시비는 지난달 27일 노전대통령이 재임중 5천억원의 통치자금을 조성, 정당운영비 등 정치활동에 썼다고 말한 데서 비롯되어 그날 아침 베이징에서 김대중 국민회의 총재가 「20억원을 받았다」고 시인함으로써 도덕성 논쟁마저 벌어졌다. 제2라운드는 지리한 설전 끝에 국민회의가 「김대통령이 선거때 엄청난 돈을 지원받았다」고 하자 민자당의 강삼재총장은 「김대중총재는 선거외에도 평민당창당, 5공청산 등 고비때마다 자금을 받았다」며 정계은퇴까지 요구하여 긴장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국민으로서는 정확한 돈의 액수 및 수수일시와 장소 등을 밝히지 않은 채 벌어지는 이같은 사생결단식 공방에 혼란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돼도 자금을 준 측과 받은 측이 진실을 말하지 않고 있고 검찰 역시 함구하여 이래저래 국민은 답답하기 짝이 없다. 더구나 이처럼 첨예하게 대립된 상황에서는 앞으로 설사 검찰이 선거자금내용을 혹시나 밝힌다 해도 불리한 측은 이를 믿지않을 여지가 많아 문제는 심각하기 짝이 없다.
아무튼 교착정국의 해결열쇠는 노전대통령이 쥐고 있다. 측근이 말한대로 검찰에가서 뒤늦게나마 대선자금을 밝히겠다는 것은 다행스러우나 「기억나는 것만」 얘기하겠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 어린이에게 과자값을 준 것이 아니잖는가.
지금 정국의 안정도 국민의 의구심해소도 모두 지원자금의 내역을 자세히 밝혀야만 이룩될 수 있는 것이다. 노전대통령은 선거자금의 함구나 부분은폐로 만의 하나 구명을 생각해서는 안되며 그로인해 또다시 국민에게 죄를 짓지 말아야 한다.
노전대통령의 선택은 단 하나뿐이다. 자금관련의 모든 것을 국민에게 남김없이 밝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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