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유적 화두로 양측 극한대결 비판/다른 두김과 차별성부각 속셈 관측부대심청한(허튼소리에 대꾸하지 않으면 마음이 맑고 한가하다). 최근 민자당과 국민회의간에 전면전 양상이 벌어지고 있는데 대해 김종필 자민련총재가 14일 자신의 심경을 표현한 말이다. 김총재는 이날 상오 구창림 대변인을 통해 기자들에게 「명심보감」에 나오는 이같은 경구를 쓴 메모지를 전달했다.
김총재는 이어 기자간담회를 가졌으나 양당간 공방전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김총재는 민자당 강삼재 총장이 김대중 국민회의총재를 공격하는데 대해 『글쎄』라고만 대답했다. 그는 국민회의의 「전면전」 선포에 대해서도 『좀 지켜봅시다』라고 말했다. 김총재는 이어 『우리는 너무 이렇게 저렇게 한쪽으로 쏠리는 경향이 있다』며 『따질 때는 따지고 일할 때는 일해야 하는데 너무 쏠려 걱정』이라고 최근 정치권의 극한 대결을 은근히 나무랐다. 그는 『오늘 예산결산위원들을 불러 정국에 개의치말고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했다』고 소개하면서 자민련이 「일하는 정당」임을 부각시키려 했다.
김총재는 국민회의와의 공조여부에 대해서는 『연대할 때는 연대하고 그렇지 않을 때는 안하는 것』이라며 『뭐든지 연대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당분간 연대할 의사가 없음을 내비쳤다. 그는 그러나 일부 언론에 보도된 자신의 비자금계좌설 관련 기사에 대해서는 『보지 못했다』며 화제를 돌렸다. 김총재는 이어 고문회의에 참석해서도 『우리는 갑론을박하는 비자금정국에서 좀더 사태의 추이를 예의주시하면서 당의 진로를 잡아나가도록 하자』고 말했다.
그는 김영삼 김대중 양김진영간에 전쟁의 「포성」이 점점 커지는데도 여전히 「관망과 침묵」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전날 일부 당직자들이 야권공조를 주장했으나 그는 「지원사격」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한 측근은 『김대중 김종필 양김이 무조건 공동운명체라고 보는 시각은 잘못됐다』며 『김종필총재는 비자금정국이 마무리된 뒤 보수론을 들고나와 다른 양김씨와 차별성을 부각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국의 주요 고비고비마다 한발짝 비껴서는 김종필총재의 처신에 문제를 제기하는 당내 의견도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따라서 은유적 표현을 즐기는 김총재가 다음으로 던질 「화두」에 관심이 모아지는 것은 당연하다.<김광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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