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칸 평화 위한 또하나의 “이정표”/크로아 일전불사 강수로 양보 얻어내/91년 내전발발전 영토 고스란히 찾아실타래처럼 얽힌 구유고내전을 풀수있는 결정적 가닥 하나가 또 잡혔다. 지난달 12일 보스니아에 전면휴전이 발효된지 한달만인 12일 세르비아계가 무력점령하고 있던 크로아티아의 전략요충지 동슬라보니아를 크로아티아에 반환하는 협정을 체결한 것이다.
보스니아와 함께 내전의 양대 피해자의 하나인 크로아티아로선 지난 5월과 8월 서슬라보니아와 크라이나 지역을 각각 탈환한데 이어 이번에 동슬라보니아까지 반환받게 됨으로써 91년 내전촉발 이전의 영토를 고스란히 찾게 됐다.
2,500㎢의 동슬라보니아는 「크로아티아의 보고」로 불리는 요충지. 89년 한해 230만톤의 석유와 22억㎥의 천연가스를 생산했을 정도로 부존자원이 풍부한데다 토지가 비옥해 농산물 집산지로도 유명하다. 또한 구유고를 관통하는 다뉴브강변의 주요항인 부코바르항을 끼고 있다.
이런 전략적 중요성 때문에 크로아티아내 세르비아계는 91년 크로아티아가 구유고연방에서 탈퇴하자마자 세르비아공의 지원을 받아 동슬라보니아를 점령한채 지난 4년간 무력통치해 왔다.
이 기간에 세르비아계에 의해 이 지역으로부터 쫓겨난 크로아티아계 원주민만 10만명에 달한다.
내전내내 크로아티아 정부는 동슬라보니아 회복을 위해 절치부심해 왔다. 특히 프라뇨 투지만 크로아티아 대통령은 보스니아 휴전발효로 평화의 기운이 한층 무르익던 지난 17일 동슬라보니아를 이달말까지 무력탈환하겠다고 경고, 일전불사의 각오를 과시했다. 이에 따라 동슬라보니아 귀속문제를 둘러싸고 또 다시 전면전이 벌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고조됐다.
평화협상을 중재해 온 미국이 세르비아계를 강력히 종용해 동슬라보니아를 포기하겠다는 양보를 받아낸 것도 이같은 우려 때문이었다. 결과적으로 크로아티아는 「평화협상의 판을 깰수도 있다」는 협박성 강수를 통해 미국을 움직여 동슬라보니아를 반환받기에 이른 것이다.
크로아티아가 동슬라보니아를 되찾더라도 그동안 박해를 당한 크로아티아인의 세르비아계에 대한 보복가능성등 분쟁의 불씨는 여전하다. 그러나 유엔특사인 토르발트 슈톨텐베르크의 말처럼 이번 조치가 『발칸전쟁의 끝으로 가는 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이상원 기자>이상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