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망언하고 사임하고(사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망언하고 사임하고(사설)

입력
1995.11.14 00:00
0 0

에토(강등륭미) 일본 총무청장관의 망언으로 야기된 한일 외교분쟁이 에토장관의 사임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망언파동을 해결하기 위해 고노(하야양평)외무장관을 방한시키겠다는 일본의 제의를 한국측이 이례적으로 거부한데 이어 18일로 예정된 한일정상회담도 취소될 우려마저 낳았으나 이로써 고비를 넘기게 됐다.이번 사태는 일본정부가 사태해결의 열쇠였던 망언당사자인 에토장관의 해임을 거부함으로써 점점 꼬이기 시작했었다. 무라야마(촌산부시)총리가 「엄중주의」한 에토장관에 대해선 일본국내에서도 경질 및 사임해야 한다는 여론이 대두되었는데도 연립여당인 자민당이 반대함으로써 뒤틀린 것이다.

자민당은 「오프 더 레코드」(비보도요청)란 룰을 위반한 보도로 각료를 경질하는 것은 나쁜 선례를 남기게 된다고 이를 반대했었다. 보도경위야 어떻든 에토장관이 식민통치를 미화하는 망언을 한 것만은 엄연한 사실이다. 망언은 취소한다고 해서 소멸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자민당은 망언내용 자체보다도 자국언론에 제시했던 비보도요청이 깨진 경위만을 중시하는 커다란 잘못을 저질렀다.

이번 사태는 보도경위보다 장관이란 공인이 망언을 했다는데 문제의 핵심이 있다. 비뚤어진 역사인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장관직에 있는 한 망언은 되풀이되고 한일관계는 한시도 풍랑이 멈출 날이 없을 것이다.

전후 50주년을 계기로 점점 그 색깔을 짙게 하고 있는 자민당의 보수 우익체질은 주목의 대상이 된지 오래다. 에토장관의 경질을 반대하고 나선 것은 이같은 걱정이 현실로 나타났다는 점에서 한일관계의 밝은 앞날을 위해서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무라야마총리도 연립내각을 유지하기 위해 자민당의 비위를 거스르려 하지 않는 것은 이해하나 사태의 심각성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한일양국은 정상회담이 연이어 두번이나 무산되는 위기를 맞았었다. 에토장관이 사임했다고 해서 이번 망언파동이 완전히 해결됐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이번 외교분쟁은 일본정부의 역사인식을 둘러싼 문제란 자각이 필요하다. 현직각료가 상습적으로 망언을 하고 관례적으로 사임만 하면 그만이라는 그릇된 인식을 가지고는 한일관계의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일본각료의 망언은 이젠 넌더리가 난다. 이번 기회를 계기로 망언이 재발하지 않도록 일본정부의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기대한다. 다시한번 이번과 같은 망언사태가 발생하는 경우 한일관계는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에 빠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정부도 이번 망언파동을 교훈삼아 일본 정치가들의 정략적인 망언 악습을 완전히 뿌리 뽑는데 외교력을 총동원해야 할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