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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한 한국골퍼/유석근 체육부장(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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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한 한국골퍼/유석근 체육부장(메아리)

입력
1995.1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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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현대클래식을 끝으로 막을 내린 금년 국내 골프대회는 질적 양적으로 지난해까지와는 비교가 안 되는 풍성한 잔치가 벌어졌다.세계랭킹 1위인 그레그 노먼과 괴력의 장타자 존 데일리, 「여자 데일리」로 불리는 로라 데이비스를 비롯해 남녀 세계정상급 골퍼들이 모두 한국 필드를 밟고 갔다. 한국은 갑자기 세계 골프의 주요시장으로 변모했으며 국내에서도 골프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그런데 문제는 골프가 눈으로 만족할 수 없는 운동이고, 국내 여건은 급증하는 골프인구를 소화할 수 없다는 데 있다.

특히 요즘과 같이 해가 짧은 늦가을에는 골프장 부킹 잘하는 사람이 가장 힘있는 사람이라는 농담같은 진담이 나오고 있다.

현재 운영중인 국내골프장은 회원제 83, 퍼블릭 17개로 모두 100개.

홀수는 2,075홀로 18홀 코스가 115개인 셈이다. 일요일인 지난 12일 골프장들이 부킹을 받은 시간은 대개 상오 7시부터 하오 1시. 18홀당 60팀 정도로 전국적으로 보면 약7,000팀, 대략 2만8,000명이 필드에 나간 것이다.

골프인구가 100만명을 육박한다고 하니 일요일 골프백을 메고 집을 나서는 사람은 목에 힘이 들어갈 만하다. 따라서 부킹을 둘러싸고 부조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정상적으로 해도 골프장 회원수가 18홀에 1,800명까지 돼 휴일부킹은 별따기인데 골프장에 영향력을 미칠 만한 기관에서 모두 압력을 넣고, 기업들도 업무상 필요한 부킹을 확보하느라 혈안이 되어 있으니 특별한 사람 아니고는 엄두를 못내는 것이 당연하다.

골프를 「최고의 신사 스포츠」라고 찬양하면서도 라운드 기회를 잡기 위해 비신사적 행동도 마다하지 않아야 하는게 한국골퍼들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환경파괴와 인허가를 둘러싼 특혜의혹등으로 골프장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팽배해 있지만 그중에서도 급증하는 골퍼들의 욕구를 충족시켜 줄 방안도 진지하게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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