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전 휴전선부근의 농촌무대/자잘한 사건들 해학적으로 그려87년 등단이후 「확성기가 있고 저격병이 있었다」, 「깡통따개가 없는 마을」등 다양한 소재로 실험적 소설쓰기작업을 해온 구효서(구효서·38·사진)씨가 새 장편 「라디오 라디오」(고려원)를 곧 낸다. 계간 「소설과 사상」에 4회 연재됐던 이 작품은 최근 의 소설에서 드물어진 농촌에 대한 소묘이다. 30년전 휴전선 부근의 농촌마을을 무대로 지금 30∼40대가 된 농촌출신들이 10대 전후에 겪었을 자잘한 사건을 해학미 넘치게 풀어나가고 있다.
작품을 이끌어 가는 한 고리가 되면서, 갖가지 해프닝을 만들어내는 도구는 라디오. 정확히 말하면 송신출장소의 커다란 라디오에 연결된 스피커이다. 장군과 낭자의 애닯은 사랑을 그린 라디오연속극 「삼현육각」을 듣느라 벌어지는 이야기, 송수신기능까지 하는 스피커가 새끼무당 묘선의 정사소리를 집마다 전해주어 어른들을 잠 설치게 하는 해프닝등이 열한살소년 병태의 눈을 통해 펼쳐진다.
소설의 한 축이 반공이념 유포와 경제개발의 초입에 있던 60년대후반 농촌사람들의 모습이라면 다른 한 축은 전통사회의 유산이라 할 수 있는 무당 묘선의 삶이다. 묘선과 육체관계를 갖는 명덕, 묘선을 사모하는 중식, 묘선과 사랑하는 사이가 되는 동네의 유일한 대학생 선우가 벌이는 사랑소동에서 서낭제나 무당이 갖는 의미가 드러난다. 묘선은 북한 무장공비에 의해 비명에 죽고, 소설의 마지막에는 전통사회의 붕괴라는 안타까운 예감이 드리워진다. 작가는 농경사회의 애틋함을 드러내기 위해 내레이터역을 맡은 병태의 경어체진술과 전지적 시점의 글토막을 병치하고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