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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토망언」 파문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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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토망언」 파문확산

입력
1995.1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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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입장/정상회담 취소 등 외교공세 수위 높여/일 과거사 인식변화 위해 한·중공동전선도 모색과거사 왜곡 문제를 둘러싼 한일간의 갈등은 이번주가 수습 또는 장기화의 최대의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고노 요헤이(하야양평) 일외무장관의 방한은 우리측의 거부로 좌절됐지만 오사카(대판) 아시아·태평양지역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및 각료회담을 전후해 한일간에 모종의 접촉이 있을 가능성은 남아있다. 정부는 이러한 계기를 앞두고 외교적 공세의 수위를 한층 높여가고 있다. 김영삼대통령도 청남대에서 국내 여론과 함께 일본 정계및 언론의 동향을 면밀히 살피면서 대일 관계일선에 있는 외무부를 독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오사카에서의 한일 접촉을 앞두고 일본에 「이제 남은 것은 양자택일뿐」이라는 초강경 입장을 통보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즉 오사카에서 수습의 전기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일본이 무라야마 도미이치(촌산부시) 총리의 한일합방 합법발언, 에토 다카미(강등륭미)총무청장관의 식민지 지배 미화발언등에 대해 우리 국민이 납득할만한 조치를 선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정부는 일본의 이러한 가시적인 조치가 적어도 김대통령이 APEC 참석차 출국하는 16일을 전후해 이뤄져야 한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그래야 한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간에 사전 조정작업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일본의 선행조치가 없을 경우 18일로 예정된 한일 정상회담을 취소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을 일측에 통보한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정부는 이와 함께 오사카 일정을 앞두고 외교적인 대응을 다각화시키고 있다. 우선 정부는 13일부터 시작되는 장쩌민(강택민)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을 대일관계에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일본의 과거사 인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한·중간에 공동전선을 모색한다는 것이다. 물론 중국으로서는 일본과 독자적인 외교환경을 갖고있어 전면적인 공동대응은 쉽지 않겠지만, 난징(남경)대학살이 사실이 아니라는 해묵은 대중국 망언도 이번에 겹쳐져 중국측으로부터 최소한의 공조는 얻어낼 수 있을 것으로 정부 당국자들은 판단하고 있다.

일본의 과거사 인식문제는 최근 노골화하는 일본의 우경화 현상과 함께 우리나라와 중국은 물론, 동아시아 지역 국가에 공통된 우려로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처럼 총체적이고 다각적인 외교공세의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기 때문에 과연 이에 대한 일본의 선택이 무엇일지, 더욱 궁금해진다.<고태성 기자>

◎일본 표정/“에토장관 책임져야” 사임주장 잇달아/“한국측요구 지나치다” 비판론속 묘안찾기 부심

에토 다카미(강등륭미)총무청장관의 망언과 관련, 일본내에선 『교착상태에 빠진 한일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키 위해선 에토장관이 스스로 사임하는 것이 최선의 길』이라는 주장과 『한국측의 요구가 내정간섭에 가깝다』는 비판론이 엇갈리고 있다.

12일 NHK의 「일요토론」프로에서 사회당의 구보 와타루(구보긍)서기장은 『에토장관이 비록 「오프 더 레코드」를 전제하여 발언한 것이라 하더라도 자신의 발언에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현재 뒤틀리고 있는 한일관계를 풀어 나가기 위해선 에토장관이 정치인으로서 책임감을 느끼고 사퇴하는 것외에 달리 방법이 없다』고 강조했다. 또 사키가케의 하토야마 유키오(구산유기부)대표간사도 『비록 자민당집행부가 그의 발언을 진퇴문제로 연결시키지 않을 방침을 세웠다 하더라도 문제를 야기한 장본인이 대국적인 차원에서 사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구보서기장에 동조했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에 대해 자민당의 가토 고이치(가등굉일)간사장은 『한국 외무장관의 요구에 따라 일본의 각료가 사임하는 것은 양국관계를 위해서도 좋을게 없다』고 한국측의 태도를 비판하면서 『자민당내에선 에토장관의 발언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없기때문에 앞으로도 그의 진퇴문제로 발전시킬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연립여당내에서 자민당과 사회·사키가케가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무라야마 도미이치(촌산부시)총리와 외무성측은 한일관계가 최악의 상태로 빠지는 것을 막기위해 묘안을 궁리중이다. 무라야마총리는 13일 정부·여당수뇌연락회의를 소집하여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지만 정부내에선 아태경제협력체(APEC)회의가 끝난뒤 정부특사를 한국에 파견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이것은 한일의원연맹차원에서 문제를 풀어나가겠다는 발상으로 일본측 부회장인 자민당의 오부치 게이조(소연혜삼)전부총재나 외무장관을 지낸 거물급을 한국에 보내 정부차원이 아닌 정치적인 판단으로 해결하려는 의도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정부는 지난 65년의 국교정상화 및 82년의 교과서파동등 역사인식의 차이로 빚어진 과거 두차례의 외교마찰과 이번 사태와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즉 과거엔 기본조약의 문안과 교과서의 기술을 어떻게 표현하느냐하는 구체적인 문제와 연관이 있었으나 이번에는 한국이 국력신장을 바탕으로 일본의 역사인식을 근본적으로 고칠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해결의 실마리가 풀리지 않을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도쿄=이재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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