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경색·부담 증가 등 협정엔 먼길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와 북한이 뉴욕에서 속개중인 제2차 경수로회담에서 공급범위문제에 의견접근을 보이고 있다는 것은 경수로협상의 본질문제가 풀려가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과거 북한핵문제가 정치적 이슈였다면 경수로협상은 「돈문제」로 간주될 수 있고 이는 공급범위에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북한측이 되도록 공급 범위를 광범위하게 잡으려고 했던데 비해 KEDO측이 가급적 이를 축소하려했던 사정도 여기에 있다. 이견이 좁혀질 수 있었던 것은 북한이 경수로를 공급받겠다는 의사가 있었던 데 기인한다.
결국 이번 뉴욕회담은 상대편이 먼저 최종 양보선을 제시토록 하기 위한 신경전 성격이 강했던 셈이다. 북한측이 제네바합의 1주년의 상징성에 무게를 실으며 회담 결렬의 가능성을 시사했던 것도 협상용이었음이 드러났다.
KEDO측은 공급협정의 모든 내용이 국제적 관례에 따르게 될 것이라는 입장을 천명했지만 이 역시 북한측과의 줄다리기를 감안한 포석이었다. KEDO측은 협상에 들어갈 때부터 도로 항만 시설이 발전소건설에 당연히 부수되는 기본시설이라는 점을 익히 인식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또 발전소 시뮬레이션 역시 발전소를 제대로 운전하기위해서는 함께 지어 주는 것이 국제관례에 속한다는 사실을 알고 협상에 임했던 것이다.
그러나 협상과정에서 북한측은 공급협정의 조기체결에 강한 집착을 보였고 한국측은 가급적 많은 부분에서 사전 보장을 얻어내려 해 난항을 거듭할 수 밖에 없었다.
공급범위에 대한 이견이 해소된다고 해서 공급협정체결이 기계적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경색기미를 보이고 있는 현재의 남북관계상황과 한국측 부담이 당초 예상보다 50%나 늘게된데 대한 한국내부의 반발등이 변수로 작용할 소지가 농후하기 때문이다.<뉴욕=조재용 특파원>뉴욕=조재용>
◎정부 “40억불 넘을수도” 당초입장 후퇴/북 추가 부대시설 요구 향후대응 주목
대북한 경수로 지원비에 관해 정부 당국자들은 『아직 정확히 산출해 보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다. 이런 반응은 당초 경수로 비용을 40억달러 정도로 밝힌 것과는 분명 차이가 있다. 정부 당국자들은 이에 대해서도 『40억달러는 북한에 지어질 경수로의 참조발전소인 「울진3, 4호기」 건설에 든 비용』이라고 전제한 뒤 『기자재및 인건비등 경수로 건설환경의 변화를 감안하면 40억달러 이상이 들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는 비용이 60억달러로 결정됐다는 사실을 확인해주는 대목은 아니지만 40억달러가 결코 상한선이 아니라는 점을 시인한 발언이라 할 수 있다.
경수로 총비용 추산이 이렇게 엇갈리는 것은 다소 불가피한 측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경수로 건설까지는 아직 멀었고 앞으로도 가변 요인이 많기 때문이다. 문제는 정부가 총 경수로 비용의 일정비율을 감당한다고 밝힌 이상 총비용이 늘어나면 우리의 부담몫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수로 총비용 증가가 북한이 요구하는 추가 부대시설을 수용한 결과라면 문제는 심각해 진다고 할 수밖에 없다. 이는 미국을 대표로 한 대북 협상에서 우리의 주장과 입장이 전혀 관철되지 못하고 있음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자들은 『60억달러설의 근거를 알지 못할 뿐만 아니라, 대북 협상에서 북한의 추가시설 요구가 수용되지도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하고 있다. 즉 당초 우리가 약속한 경수로 건설 총비용과 추가 부대시설 비용은 전혀 별개라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이같은 장담이 현재로서는 신빙성을 갖지 않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고 보여진다.
경수로 건설비용이 어느정도 될 것이냐도 문제지만 북한의 추가 부대시설 요구에 정부가 어떻게 대응해 나갈지도 관심이다.<고태성 기자>고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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