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택에서 출두 최 선경 회장 비교적 여유/박 대농회장 “무슨돈 있어 300억 줬겠나”/노재우씨 촬영 거부하다 체념한듯 “포즈”검찰의 재벌총수 소환조사 5일째인 11일에는 선경그룹의 최종현 회장과 기아그룹 김선홍 회장, 금호그룹 박성용 회장, 대농그룹 박용학 명예회장, 삼부토건 조남욱 회장이 출두, 조사를 받았다. 이로써 노태우 전 대통령 축재비리 사건과 관련, 소환조사를 받은 재벌총수는 동방유량의 신명수 회장을 포함해 26명으로 늘어났다. 30대 재벌총수 가운데 현재까지 소환조사 통보를 받지않은 사람은 6명에 불과, 검찰이 이제 주요 재벌그룹에 대한 조사를 일단락짓고 앞으로는 6공 당시 급성장해 의혹을 사고 있는 비재벌 기업들의 총수에 대한 소환조사를 실시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소환된 5명의 재벌총수 가운데는 역시 선경의 최회장이 집중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최회장은 출두예정 시각보다 5분 늦은 상오 10시25분께 검찰청사에 도착했는데 자택에서 곧바로 출두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회장은 주위의 높은 관심을 의식한듯 비교적 여유있는 표정으로 현관에서 대기중이던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최회장은 『(검찰이) 출두를 요구해서 왔다』고 짤막하게 말한뒤 『항간에서 일고있는 (노씨 비자금과 관련된) 의혹에 대해 한말씀 해달라』는 질문에 『그것은 위쪽(대검조사실을 의미하는듯)에서 다…』라고 말끝을 흐렸다.
○…상오 10시 출두키로 했던 나머지 4명의 총수들은 예정시각전인 9시51∼59분사이 도착. 이들은 서로 약속이나 한 듯 승용차에서 나와 현관을 거쳐 엘리베이터로 향하는 동안 취재진들의 질문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이날 소환된 재벌총수중 가장 먼저 귀가한 대농 박회장은 하오 5시37분께 청사를 나서면서 취재진들이 『노씨에게 3백억원 이상의 돈을 줬느냐』는 질문을 하자 『무슨 돈이 있어서 3백억을 줬겠느냐』며 홀가분한 표정. 그러나 하오 6시35분께와 하오 7시35분께 귀가한 기아 김회장과 삼부토건 조회장은 무표정한 모습으로 취재진들의 질문에 아무 답변을 하지 않은 채 황급히 청사를 빠져 나갔다.
○…전날인 10일 출두한 6명의 재벌총수중 동부그룹의 김준기 회장은 이날 하오 9시 귀가. 동부 김회장이 조사받은 31시간은 동방유량 신회장의 49시간50분에 이은 두번째이지만 신회장의 경우 노씨 은닉부동산과 관련해 조사를 받았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비자금조성과 관련돼 소환된 총수중 사실상 최장 조사시간을 기록한 셈이다.
동부그룹 직원들은 김회장에 대한 검찰의 조사가 하루를 넘기며 길어지자 『검찰소환에 불응한 괘씸죄가 적용된 게 아니냐』고 해석하면서도 동부그룹과 관련된 시중의 「소문」을 수집하는등 분주하게 움직였다. 한편 이날 새벽 1시35분께는 서성환 태평양 회장이, 새벽 3시5분께에는 김상하 삼양사 회장이 15∼17시간에 걸친 조사를 마치고 귀가했다.
○…하오 8시에는 노씨의 친동생 재우(61)씨가 검찰에 출두했다. 재우씨는 사진기자들이 포토라인에서 포즈를 취해 달라고 요구하자 몹시 어색한듯 잠시 등을 보이며 촬영을 거부하다 이내 체념한 표정으로 2∼3초간 포즈를 취해주기도 했다.
재우씨는 부동산 매입자금출처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전혀 대답하지 않은 채 검찰직원의 안내로 엘리베이터로 직행. 금테안경을 쓴 재우씨는 철야조사를 각오한듯 굳은 표정이었으며 서류가방을 들고오지 않아 부동산 관련자료등의 소명자료는 이미 검찰에 제출했을 것이라는 추측을 낳았다. 재우씨는 이번 사건으로 소환된 노씨의 첫 직계가족이다.
○…검찰은 하오2시께 이현우 전 청와대 경호실장을 4번째로 소환, 뇌물성 자금제공 기업인들에 대한 사법처리를 최종 확정하기 위한 정지작업을 진행중에 있음을 말해주었다. 검찰은 재벌총수 소환전에 이전실장의 진술을 토대로 소위 「이현우리스트」를 작성한데다 소환조사가 마무리단계에 접어든 시점에서 또다시 그를 소환했기 때문이다. 이전실장은 소환 4시간만인 하오 6시 귀가했다.<이영섭·이현주·박정철 기자>이영섭·이현주·박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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