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협력확대 중요한 만큼 이념·군사력 등 다른면도 봐야장쩌민(강택민)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을 보는 우리의 표정은 약간 들떠있다. 저쪽은 태평하고 일상적인 데 비해 우리쪽 언론이 앞다퉈 의미를 부여하고 현란한 해설을 하는 것을 보면, 오히려 오는 손님이 면구스럽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한중관계에 대한 저쪽의 시각은 사뭇 함축적이다. 양국의 경제협력이 강화할수록 상호이익이 커진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나 우리는 『금년 교역규모가 150억달러는 될 것같다. 중국 경제가 엄청나게 커지고 있다. 중국시장이 커지는 만큼 잠재력도 크다』는 식이고, 당장 중국시장에 진출해서 기반을 잡아야 할 것처럼 말한다.
물론 단기적으로 수교 3년만에 양국관계가 이처럼 크게 발전했다는 사실은 누가 봐도 놀랍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가 늘 양국관계를 양적인 확대에 초점을 맞춰 해석하고 그것이 큰 일이나 되는 것처럼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말 우리는 내용과 실속을 도외시한 채 이처럼 표피적인 눈으로 중국을 봐도 되는가.
강주석의 방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세간에는 벌써 강주석의 방한으로 양국관계가 정치적 협력의 단계로까지 발전하고 있다고 쓰고있다. 국가주석의 국빈 방문 그자체가 중요한 정치적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한중관계를 과연 정치적 협력의 수준으로 끌어 올릴 수 있을까. 정치적 협력의 의미가 어떤 개념인지는 모르나, 지금 이문제를 선뜻 긍정적으로 말하기는 쉽지 않다.
중국은 우리와는 전혀 다른 체제를 갖고 있다.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이다. 「21세기 사회주의 강국」을 건설하기 위해서 모든 정책과 수단을 동원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경제를 도입하고 자본주의세계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으나 목표는 어디까지나 「사회주의 강국의 건설」이며 우리의 「반대편의 세계」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특히 중국은 커지고 있는 경제력을 배경으로 군사력을 적극 강화해 나가고 있다. 최근 훈련에서도 미사일의 경량화와 정확도를 크게 높였고, 해군함정의 현대화가 예상보다 훨씬 앞섰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중국의 군사력 확장을 우리 국민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가. 불안과 의구심에 찬 눈으로 보고 있다. 여기서 「중국은 도대체 우리에게 어떤 나라인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의 이념, 체제, 비핵화정책, 군축지향적 입장, 한미관계, 어느 것 하나를 비교해 보아도 선뜻 중국입장과 쉽게 합치되는 것이 없다.
우리가 중국과 정치적으로 협력할 일이 무엇인가. 중국이 우리를 정치적으로 필요로 하는 일이 있다면 어떤 일인가. 이런 점에서 볼때, 「강주석의 국회연설의 상당부분이 일본의 과거사 문제에 할애될 것」이라는 황병태 주중대사의 설명은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이런 것인가. 일본이 우리에게 준 고통은 살아 있다. 지금도 때만 되면 일본대사관에 달려가 달걀을 던져야 가슴앓이가 풀리는 우리의 이웃이 울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감정이고 실제 한일관계의 뿌리는 깊고 건강하다. 중국의 기분은 이해가 가지만, 우리가 어찌 중국편에 서서 일본의 과거를 탓할 것인가. 그런 감정적인 「유혹」은 서로 피해야하고 이제 양국은 그런 과거의 껍질을 벗어 버려야 할 것같다.
앞으로 이념과 체제의 벽을 뛰어넘는 한중관계를 만들어 나가려면 양국 지도층의 지혜와 지도력이 어느 시대보다도 필요할 것같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강주석의 방한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한때 우리는 같은 문화와 긴밀한 역사를 공유했고, 국민들은 아직도 서로 큰 호감을 갖고 있다. 가장 가까운 나라의 국가주석의 방문이 「미래의 새로운 관계」를 위한 도약의 기회가 되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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