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불똥튀나” 정치권 긴장/여 “구시대 관행 이번기회 타파”/야 “특정인 겨냥·국면호도 책략”/재계“야당 정치인에 건넨 돈 캐물어 비자금관행 낱낱이 파악 의도”검찰이 재벌총수들을 소환조사하는 과정에서 정치권, 특히 야권으로의 정치자금 유입여부를 집중신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특히 여권은 비자금사건을 세대교체의 계기로 삼으려고 하는데 반해 야권은 대선자금공개를 은폐하려는 호도책이라고 반발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정치권 반응
정치권의 반응은 당연히 여야에 따라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민자당은 우선 『모든 것은 검찰수사를 통해 밝혀져야한다』며 검찰의 정치권 수사여부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피해가고 있다. 민자당은 다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구시대적인 정치관행과 거기에 관여한 사람들은 사라져야한다』는 원칙론적인 얘기로서 정치권 사정의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물론 국민회의는 여권에서 시사하고 있는 정치권 사정의 궁극적 목표가 「김대중 죽이기」에 있다고 보고 있다. 민자당 강삼재 사무총장이 『비자금파문을 계기로 끝날 사람은 끝나야한다』며 김총재의 퇴진을 요구한 것이 이를 단적으로 말해준다는 것이다. 박지원 대변인은 『재벌이 정치자금을 주었다면 정권을 잡은 대통령에게 더 주었지 야당에 더 주었겠느냐』고 주장했다. 김총재의 한 핵심측근은 『김영삼 대통령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민자당 탈당이후 홀로서기를 했다」고 밝힌바 있는데 이는 결국 김대통령도 기업으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미가 아니냐』고 지적했다. 국민회의는 그러나 검찰수사에서 김총재의 자금수수사실이 드러날 경우 그 자금의 성격이나 여권인사의 정치자금 수수규모등과 관계없이 향후 대권가도의 부정적 요인이 될수 있다고 보고 내심 우려하는 분위기이다. 실제로 김총재는 최근 공·사석에서 기업체로부터 정치자금을 제공받은 적이 있다고 말한 바있다.
한편 자민련은 이에 대한 공식 반응을 유보한채 사태추이를 지켜보겠다는 태도이다. 이는 아무래도 오랫동안 여권수뇌부에 몸담았던 김종필 총재의 입장을 감안한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유성식 기자>유성식>
○재계 뒷얘기
재계총수 20여명이 노씨축재비리사건과 관련해 검찰조사를 마친 11일 총수에 대한 검찰의 질의내용들이 속속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검찰의 질문요지는 ▲노씨에게 전달한 자금의 규모와 시기 ▲제공한 자금의 뇌물성 여부 ▲노씨 비자금의 실명화 및 활용여부등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밖에 검찰은 야당 정치인들에게 건넨 자금의 규모와 야당정치인에 대한 정치자금 제공관행등에 대해서도 상세히 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검찰이 사상 처음으로 총수들을 무더기로 부른 이번 기회에 여야를 막론하고 기업인과 정치인과의 정치자금 수수관행을 모두 파악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재계는 판단하고 있다.
이와 관련, 검찰의 조사를 받고나온 모그룹 총수의 측근은 『야당 정치인들에게 지금까지 제공한 자금의 규모등을 파악하기 위해 검찰이 조사의 상당시간을 할애했다고 한다. 검찰이 기업으로부터 정치권이나 관계등에 건네지는 자금규모와 관행을 낱낱이 파악해 일종의 「비자금백서」라도 만들려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검찰분위기를 전했다. 이 관계자는 『총수들에 대한 조사시간이 길어지고 있는 이유중 하나는 검찰의 종합적인 비자금관행 파악때문』으로 분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다른 그룹들과 검찰의 질문내용들을 서로 파악하는 과정에서 야당정치인에 대한 자금제공 여부도 주요 질문중 하나였던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검찰이 야당정치인에 대한 자금제공여부를 조사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라고 밝혔다. 재계는 검찰이 재벌총수들로부터 기업인과 야당정치인과의 관계를 정확히 파악, 재계와 야당정치인을 모두 손바닥위에 놓고 파악하려는 것 같다고 읽고 있다.<이종재 기자>이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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