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동방회장 길어져도 한번에 조사 요구”/거동불편 한진회장 귀가길 “좀 피곤하다”/한화 김 회장 “진실이 거짓말보다 힘들다”/발표없던 기업주 출두에 “무슨 영문인지”검찰의 대기업 총수 소환조사 4일째인 10일 서초동 대검청사는 출두하고 귀가하는 총수들과 수행원, 이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주시하는 취재진들로 종일 북새통을 이루었다. 소환된 대기업 총수들은 조사가 끝난 동료기업들을 통해 수사와 관련한 정보를 파악해서인지 소환초반과는 달리 여유있는 표정을 짓는 경우도 있었다.
▷출두및 귀가◁
○…이날 스포트라이트는 30대 재벌그룹에 속하는 한진그룹 조중훈 회장,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동부그룹 김준기 회장등 3명에 쏠렸다. 이날 소환된 6개 대기업 총수중 한진그룹 조회장, 한화그룹 김회장, 극동건설 김용산 회장등은 이날 귀가했으나 일부 총수들은 이날 자정을 넘기면서까지 조사를 받았다.
이날 가장 먼저 대검청사에 도착했던 극동건설 김회장은 조사7시간만인 하오 4시40분께 역시 가장 먼저 귀가했다. 김회장은 『노씨에게 준 돈이 얼마냐』 『검찰 조사내용이 뭐냐』는 기자들 질문에 아랑곳없이 총총히 대검청사를 빠져 나갔다. 이어 하오 7시30분께 한진그룹 조회장이 검찰출두 9시간30분만에 조사실을 나섰다. 건강이 좋지않아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입원중 소환된 것으로 알려진 조회장은 검찰조사가 만만치 않았던 듯 『몸이 좀 피곤하다』면서도 조사내용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한화그룹 김회장은 하오 11시53분께 귀가하면서 『힘들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진실이 거짓말보다 더 힘들다』며 검찰조사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김회장은 그러나 승용차 안에서 기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보이는등 여유있는 모습이었다.
○…이에 앞서 상오 9시59분께 출두한 한진그룹 조회장은 평소 사용하지 않던 지팡이를 짚고 수행원들의 부축을 받으며 승용차에서 내려야 할 정도로 거동이 불편한 모습이었다. 조회장은 그러나 『포즈를 취해달라』는 사진기자들의 요청에 웃음을 띠며 자세를 가다듬었고 현관 계단을 오를 때는 수행원의 부축을 뿌리치기도 했다. 한진그룹측에서는 한진중공업 송영수 사장등이 조회장을 수행, 11층 대기실에서 조사가 끝날 때까지 대기했다.
○…외환관리법 위반혐의로 검찰조사를 받은 경험이 있는 한화그룹 김회장은 하오 1시50분께 청사에 도착, 기다리던 회사 관계자들과 악수를 나누는등 여유를 보였다. 김회장은 『한 말씀 해달라』는 취재진의 요청에 웃음을 지으며 『수고들 하십니다』라고 답했다. 김회장은 이어 『노씨에게 준 성금액수가 재계 1백위권에 든다는 소문이 있는데 사실이냐』는 질문에 『거기도 못 낄것 같은데요』라고 웃으며 대답했다.
○…검찰소환에 불응, 지난 7일부터 출국이 금지된 동부그룹 김회장은 하오 1시47분께 어두운 표정으로 대검청사에 도착, 11층 중수부 조사실로 직행했다. 김회장은 검찰소환에 불응한 이유를 묻자 답변을 하지 않은 채 수행원에 둘러싸여 빠른 걸음으로 포토라인을 통과했다. 김회장 도착을 기다리던 동부그룹의 한 관계자는 『김회장이 출두기피로 「괘씸죄」가 적용돼 혹독하게 조사를 받지나 않을까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극동건설 김회장은 상오 9시51분께 이날 소환된 총수 6명중 가장 먼저 대검청사에 도착했다. 김회장은 전혀 예상을 못하다 갑자기 출두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고문변호사인 김일두 변호사를 대동했다. 김회장 출두 5분후인 상오 9시56분께 도착한 태평양그룹 서성환 회장은 고희를 넘긴 고령인데다 날씨마저 추워 양복안에 조끼를 받쳐 입은 모습이었다. 대한상의회장인 삼양사 김상하 회장도 상오 10시30분께 수행원 3명을 대동하고 출두했으며 『대한상의도 노씨에게 돈을 줬느냐』는 등의 질문에 입을 굳게 다물었다.
○…지난 8일 상오 검찰에 출두한 동방유량 신명수 회장은 소환된지 48시간이 조금 지난 상오 10시32분께 귀가, 최장시간 조사기록을 세웠다. 면도를 하지 못해 수염이 텁수룩한 신회장은 검찰이 이틀 밤낮동안 서울센터빌딩등 부동산 매입경위등을 집요하게 추궁한 탓인지 지치고 피곤한 표정이었다. 신회장은 노씨와 사돈이라는 특수관계때문에 언론의 집중 취재대상이 됐으나 쏟아지는 질문에 아무런 대답없이 황급히 대검청사를 떠났다.
○…해태 박건배 회장은 소환 24시간만인 상오 9시30분께 『죄송합니다』라는 말만 남기고 귀가, 9일 소환된 7개 그룹총수중 가장 오랫동안 조사를 받았다. 쌍용그룹 김석원 고문과 코오롱그룹 이동찬 회장은 상오 2시55분과 5시25분에 각각 귀가했으나 김고문은 비교적 밝은 모습이었고 이회장은 상당히 지쳐 보였다.
▷검찰 조사 및 주변◁
○…검찰이 동방유량 신회장을 48시간이상 조사해 인권침해라는 지적이 일자 검찰은 『신회장은 48시간 규정을 적용받는 임의동행 형식이 아니라 자진출두 형태로 검찰에 나왔다』고 서둘러 해명했다. 검찰은 『조사가 길어질 것 같아 귀가후 재출두할 것을 권유했으나 신회장이 「조사시간이 길어져도 이번에 모든 조사를 받겠다」고 주장해 조사시간이 길어지게 됐다』고 밝혔다.
신회장이 장시간 조사를 받자 검찰 주변에서는 『검찰이 노씨의 부동산 매입의혹을 제대로 규명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날 소환대상 기업명단에 올라있지 않은 (주)동원 이연 회장이 검찰에 출두하자 소환배경에 관심이 증폭됐다. 팔순의 고령인 이회장은 수행원 2명의 부축을 받으며 조사실로 향했는데 『아침에 천성관 검사가 갑자기 전화를 걸어와 출두해 달라고 요청해 왔다』며 『도대체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다』고 의아해 했다. 이회장은 59년 대한 교육보험 회장을 거쳐 63년부터 동원탄좌개발(92년(주)동원으로 개칭)회장을 맡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상 필요해 부른 참고인일뿐』이라며 『수사상 특별한 의미는 없다』고 밝혔다.<박정철·윤태형 기자>박정철·윤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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