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전 대통령의 불법적인 비자금사건에서 본인다음으로 가장 반성해야 할 분야가 정치권이라고 할 수 있다. 본의는 아니지만 대통령재임중에 검은 돈을 긁어모으는 것을 방치한 셈이고 또 일부 돈을 지원받은 것이 드러난 때문이다. 그럼에도 여야가 자성은 말뿐이고 연일 다른 당에 대한 비방과 폭로전속에 비자금 문제를 조기에 수습, 국면전환을 할 뜻을 비쳐 국민을 어리둥절케 하고 있다.도대체 지금같은 암중 모색의 상황에서 조기수습이 가능하며 또 국면전환은 무슨 얘기인가. 검찰이 최근에야 노전대통령에게 돈을 준 재벌들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고, 이권과 특혜제공등 이른바 정경유착의 비리를 규명중이며, 더구나 검은 돈의 사용내역이 구체적으로 하나도 밝혀진 것이 없지 않은가.
물론 비자금사건이 장기화할 경우 갖가지 부작용과 부정적인 요소들이 파생할 것이 틀림없다. 국가의 대외 이미지는 날로 실추되고 안으로는 도덕파탄, 사회불안과 민심의 동요, 그리고 경제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여진다. 그래서 정치권은 이런 점들을 우려하여 조기에 사건을 매듭짓고 15대총선준비에 들어가려는 뜻인가보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건국이래 대통령이 재임중 저지른 최대의 부정축재사건인만큼 재발방지는 물론 실추된 나라의 위신회복과 사회정의구현, 민심수습을 위해서도 철저히 규명해야 마땅한 것이다.
비자금사건에 대한 각 당의 태도는 진실규명은커녕 오히려 비방과 폭로등으로 책임전가와 변명에만 급급한 인상이다. 이로인해 정치권 스스로가 오히려 의혹과 사회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김종필자민련총재가 『지난 대통령선거때 천문학적 규모의 자금이 쓰여졌다. 말을 안하고 있을 뿐이지 내가 산증인이다』라고 한 발언만 해도 그렇다. 책임있는 공당야당총재라면 당시 여당대표로 있었던만큼 선거자금을 구체적으로 밝혀야지 「천문학적」 운운은 의혹만 줄뿐이다. 일부러 내역을 안 밝혔다면 그야말로 정략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또 『노씨 비자금 2천억원이 더 있다』 『김대중 국민회의총재가 노씨로부터 20억원외에 89년 5공청산때 자금을 받았다는 설이 있다』 『김영삼대통령이 취임직전 노씨로부터 1천수백억원의 정권인수자금을 받았다』는 여야의 폭로는 매우 중대한 내용이지만 어느 것도 정확한 근거를 내놓지 않고 있어 혼선만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지금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먼저 검찰의 비자금조사를 인내를 갖고 지켜보되 조사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 언동은 삼가야 한다. 그와함께 각당이 비자금에만 매달리지 말고 국회의 예산심의와 정책개발등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 이럴 때 국민의 의혹과 사회불안은 자연히 해소되고 정국도 총선준비체제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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