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씨 3시간50분만에 귀가 “최단”/“왜 늦었느냐”에 “이시간 출두통보” 느긋/조사 끝나자 미서 상받으러 곧장 출국도/타그룹직원들,출두지켜보며 사전 준비검찰의 재벌그룹 총수 소환조사는 9일에도 계속됐다. 이날 소환된 7개 그룹 총수들 역시 수행원과 검찰수사관에 둘러싸여 조사실로 향하면서도 노태우 전대통령 비자금 파문이후 정치권과 재계에 대한 혹독한 비난 여론을 의식한 듯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출두 및 귀가◁
○…현대그룹 정주영 명예회장은 이날 출두 3시간50분만인 하오5시38분께 귀가, 지금까지 출두해 조사를 받은 15개 그룹총수 가운데 최단시간 조사기록을 세웠다. 정명예회장은 출두때와 마찬가지로 수행원의 부축을 받으며 엘리베이터를 이용, 조사실에서 내려왔으며 시선을 바닥에 고정시킨 채 아무런 대꾸없이 대기중이던 승용차에 몸을 실었다. 정명예회장이 예상보다 빨리 귀가한데 대해 검찰 관계자는 『직설적인 성격의 정명예회장은 92년 노씨에게 준 비자금액수를 폭로했던 만큼 아무런 거리낌없이 진술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상오10시1분께 출두했던 효성그룹 조석래 회장은 쌍용그룹 김석원 고문이 조사실로 올라간지 10여분만인 하오4시10분께 이날 소환된 7개 그룹총수 가운데 가장 먼저 조사를 마치고 귀가했다.
긴장이 풀리지 않은 듯한 표정을 짓던 조회장은 취재진에게 웃어보이면서도 질문에는 일체 대답하지 않았다. 조회장은 대검청사를 나서자마자 김포공항으로 직행, 하오6시40분발 도쿄행 대한항공 706편으로 출국했다. 조회장은 일본에서 건강진단을 받고 미국 시카고 일리노이주립대에서 「자랑스런 동문상」을 수상한 뒤 내주중 귀국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92년 대선 직전 노태우 전대통령에게 30억∼1백억원의 비자금을 줬다고 폭로했던 현대그룹 정명예회장은 하오1시47분께 검찰에 출두했다. 서울3흐3763호 검정색 그랜저 승용차에서 내린 정명예회장은 오른쪽 다리를 약간 절며 걸음을 제대로 옮기지 못했고 대검청사 현관앞 계단을 오를 때도 검찰 수사관의 부축을 받을 만큼 쇠약한 모습이었다.
짙은 감색 양복차림의 정명예회장은 기자들 질문에 관심없다는 듯 무표정했고 시종일관 바닥만 내려다 보며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두산그룹 박용곤 회장은 검찰 통보시각보다 10분 빠른 상오 9시50분께 6개 그룹총수중 가장 먼저 대검에 도착했다. 박회장은 취재진에게 가볍게 인사한 뒤 포즈를 취하는등 여유를 보였으나 실내에서 일제히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자 얼굴표정이 잠시 굳기도 했다. 박회장에 이어 10시1분께 효성그룹 조석래 회장, 10시5분께 해태그룹 박건배 회장이 연달아 대검에 도착했으며 10여분뒤인 10시18분께에는 코오롱그룹 이동찬 회장이 출두했다.
해태그룹 박회장은 도착 직후부터 조사실에 올라가기 전까지 취재진들에게 3차례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했다. 코오롱그룹 이회장은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회장을 맡고있는 재계 원로답게 미소를 머금은 여유있는 표정이었다. 고합그룹 장치혁 회장은 10시58분께 대검청사에 도착, 포토라인 앞에서 충분히 포즈를 취해주는등 느긋한 표정이었다. 출두시간이 늦은 이유에 대해 『상오 11시에 출두키로 통보돼 있다』고 답한 뒤 11층 조사실로 직행했다.
하오 3시57분께 7개 그룹 총수중 마지막으로 검찰에 출두한 민자당 대구 달성지구당 위원장인 쌍용그룹 김석원 고문은 다른 그룹 총수들과는 달리 검정색 코란도지프를 타고 와 눈길을 끌었다.
○…8일 출두했던 동아그룹 최원석 회장과 대림그룹 이준용 회장은 이날 상오 3시30분, 상오 5시40분께 각각 귀가했다. 한일그룹 김중원 회장은 9일 상오 0시45분께 기자들 눈을 피해 청사 옆문으로 빠져 나가다 발견됐다. 이 과정에서 수행원과 기자들간에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검찰조사 및 주변◁
○…대기업 총수 소환조사가 본격화하면서 검찰이 「소환조사」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그룹총수들을 지나치게 예우해줘 비난을 사고 있다. 검찰은 이날도 대검 중수부 2과 소속 수사관 3∼4명을 그룹 총수 출두예정시간보다 10여분 일찍 현관앞에 대기시켰다. 이들은 그룹총수 도착 즉시 밀착 경호, 주변에 몰려드는 취재진들을 몸으로 밀치는 등 철저히 신변보호에 주력했다. 검찰주변에서는 이에 대해 『검찰이 취재진 앞에서도 그룹 총수들을 이처럼 깍듯이 대우하는데 조사실에서는 오죽하겠느냐』며 검찰의 지나친 예우를 꼬집었다.
○…현대그룹측은 이날 추운 날씨와 장시간 조사로 인해 80세의 고령인 정명예회장의 건강이 나빠질 것에 대비, 주치의를 대동시켰으며 축구협회장으로 월드컵유치에 여념이 없는 6남 정몽준 의원도 동행했다. 현대그룹측은 이날까지 검찰에 출두한 15개 기업체 가운데 가장 많은 30여명의 직원들을 정명예회장 출두 1시간전부터 대검청사에 배치, 만일의 불상사에 대비했다. 이들은 93년초 정명예회장이 대선자금 사건으로 검찰에 출두할 때 카메라에 맞아 이마가 찢긴 악몽이 마음에 걸리는 듯 『포토라인이 너무 가까운 것 아니냐』며 사진기자들에게 항의성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이날 대검청사 주변에는 11일 최종현 회장 소환이 예정된 선경그룹등 일부 그룹 관계자들이 이른 아침부터 나와 다른 그룹 총수들의 출두장면을 세심하게 지켜보며 소환 대책을 마련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선경그룹 임직원 3∼4명은 그룹 총수들이 현관앞에 도착하기까지의 과정, 현관 회전문을 통해 엘리베이터앞에 도착할 때까지의 진행상황, 기자들의 질문내용및 그룹 총수들의 대응방식등을 수첩에 꼼꼼히 메모하는등 치밀함을 보였다.
○…국민회의 조세형 이원형 의원은 이날 하오5시께 김기수 검찰총장실을 방문, 미국에서 수집한 소영씨 외화밀반출사건 관련 수사 및 재판기록을 제출했다. 조의원등은 『미국 수사검사가 한국정부의 요청이 있을 경우 19만여달러의 출처 예금계좌 번호를 알려주겠다고 하더라』며 『검찰이 마음만 먹으면 노씨의 해외 재산은닉은 밝혀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이진동·박진용·윤태형 기자>이진동·박진용·윤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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