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 재벌정책 “심상찮다”/정부 “돈준 사람도 조사는 당연” 강조 불구/“사정 회오리때도 없던일… 뭔가있다” 분석노태우 전대통령 비자금파문으로 재벌총수들이 검찰에 잇달아 소환되고 있는 것과 관련, 정부의 대재벌정책이 강성으로 돌아선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대두되고 있다. 정부는 재벌총수의 무더기 소환에 대해 『사법절차와 경제정책은 별개』라고 밝히고 있지만 정치권과 재계에선 『이 조치가 재계의 오너구조를 수술하기 위한 준비일지도 모른다』고 분석하고 있다.
사실 최근들어 재벌정책의 강도는 크게 완화해왔다. 특히 지난해 정부가 각 분야에서 「세계화」를 천명한 이후 친재벌적이라고는 할수 없어도 반재벌적 분위기가 퇴색한 것은 분명했다. 한 재계관계자는 『사정칼날이 매섭던 93년에 만약 재벌총수 소환이 벌어졌다면 지금처럼 놀라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재벌정책선회라고 단언할수는 없지만 어떤 메시지는 분명히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재벌총수 소환에 대한 정부의 공식입장은 간단하다. 『돈을 준 사람들을 빼고 돈을 받은 사람만 어떻게 수사하느냐』는 것이다. 만약 「경제를 생각해서…」운운하며 재벌조사를 생략한다면 정부가 「정경유착단절」은 커녕 「재벌봐주기」에 앞장선다는 비난을 받게 된다는 얘기다.
그러나 일련의 흐름을 보면 총수소환을 단순한 수사절차로만 볼수는 없다는 해석도 있다. 올들어 정부-재계간 해빙무드속에 최종현 선경회장 이건희 삼성회장등 재벌총수들의 설화가 잇따랐고 최근 들어선 재벌의 무제한적 자유방임을 용납할해선 안된다는 강경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않느냐는 분석이다.
정부가 지난달 마련한 「해외투자건실화방안」(해외투자액의 20%이상 자기자금조달의무화)은 이 강경론의 대표적 실례로 꼽힌다. 재경원은 이 제도가 외채억제용이라고 밝혔지만 재계에선 『세계화를 앞세운 재벌들의 「탈한국화」조짐, 즉 정치적으로 골치아픈 국내를 벗어나 아예 외국에서 걱정없이 기업을 하겠다는 의도에 제동을 걸려는 것일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로선 재벌을 과거처럼 장악하지는 않더라도 완전히 풀어줄 의향도 없음이 분명하며 소환조사를 통해 정부가 재계에 전달코자 하는 메시지는 『정부의 채찍이 결코 무뎌진 것이 아니다』라는 지적이다. 안정이 절실한 집권후반부에, 또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정부가 우리를 끌어안지 않고 배기겠느냐』는 재계의 「안이한 태도」가 있다면 사전에 싹을 제거하겠다는 뜻이 담겨져 있다는 해석이다.
제도적으로도 재벌구조개혁에 대한 논의는 앞으로 보다 활성화할 전망이다. 특히 정치권일각에선 이번 파문을 계기로 『정경유착은 오너체제에서 비롯되며 이 기회에 전후 일본처럼 대주주를 경영에서 손떼게 해야한다』는 「맥아더식 재벌해체론」까지 대두되고 있다. 또 정부내 매파든 비둘기파든 오너의 전횡을 가능케하는 소유집중과 선단식경영, 문어발확장등 국내재벌의 병폐구조가 비자금사건의 한 원인이라는 것에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따라서 ▲소유분산유도 경제력집중완화등 공정거래정책 ▲비자금조성을 불허하는 기업회계·감사제도개선 ▲철저한 징세정책등 기존 대재벌시책은 그 강도가 훨씬 높아질 전망이다.<이성철 기자>이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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