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유엔과 남다른 특수관계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막상 이 외교무대에 정식으로 진출하는데는 많은 시간이 걸렸다. 1951년 주유엔 대표부를 설치했으나 옵서버 자격으로 총회장에서 구경만 할 뿐이었다. 발언권 투표권이 없어 뒷전에 우두커니 앉아 있어야 했던 서러움을 무려 40년간이나 씹어야 했다.그러다가 91년 북한과 함께 가입한 뒤부터는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유엔산하 각종 국제기구에서 적극적인 외교활동을 벌이는 한편 캄보디아 소말리아 앙골라등지의 평화유지단에 인력과 병력을 파견했다. 회원국으로서 역할과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였다.
이러한 한국의 성실한 자세가 국제사회에서 인정을 받은데다 별도의 외교노력을 꾸준히 벌여 온 결과 이제는 유엔의 핵심기관인 안전보장이사회에까지 진출하게 되었다. 9일 새벽(한국시간) 유엔총회는 압도적인 지지로 한국을 2년 임기의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으로 선출한 것이다.
지난달 유엔창설 50주년 기념 정상회의에서 확인한 것처럼 유엔만이 세계적차원의 문제를 다룰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정통성 있는 「다자 협력의 장」이다. 또한 21세기 세계 공동체를 이끄는 중심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유일한 기구이기도 하다.
이 기구의 권부라고 할 수 있는 안보리에 들어가 국제분쟁을 해결하는데 직접 참여하고 평화유지를 위한 조치의 결정권을 행사한다는 것은 가슴뿌듯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은 그동안 경제 성장의 기적으로 세계 각국에 널리 알려져 왔으나 이제는 세계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나라로 등장하게 되었다.
한국의 안보리 진출은 북한과 여전히 냉전의 벽을 쌓고 있는 우리의 안보 상황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주한미군의 존재와 마찬가지로 한국이 안보리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은 북한의 침략을 억제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또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5대 강국과 머리를 맞대고 국제분쟁과 평화유지를 협의함으로써 그들 나라와 보다 긴밀한 관계를 유지 발전시킬 수 있는 강대국 외교의 부수이익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이처럼 높고 넓은 무대로 나간다는 것은 곧 새로운 도전을 의미한다. 책임이 그만큼 무거워진다는 얘기다. 이에 대비해 국제문제에 대한 안목을 넓히고 전문적인 훈련을 쌓는등 외교 역량을 키우는데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다.
현재의 외교체제도 새로운 도전에 대응하고 새로운 기회를 창조하는데 적절한지 점검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유엔 분담금도 더 내야 할 처지라면 그만큼 우리의 경제적 부담도 늘어난다는 말인데 거기에 걸맞는 외교적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국민들은 불만스러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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