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도권 유지 노려 후보자 자질 “면접시험”미/“미 입김 배제” 「유럽주의자」 루베르스 지지유럽루트 루베르스 전네덜란드 총리(56)와 우페 엘만 옌센전 덴마크 외무장관(53)은 지난 2일과 3일 미 백악관에서 각각 「면접시험」을 치렀다. 워런 크리스토퍼 미 국무장관과 앤터니 레이크 백악관 안보보좌관등에 둘러싸여 차기 북대서양 조약기구(나토)사무총장으로서의 자질 여부를 시험받은 것이다.
미국의 이같은 사무총장 후보자 면접은 나토 사상 전례없는 일이다. 또 지난달 20일 빌리 클라스가 불명예 퇴진한 이후 사무총장직을 보름이상 비워두고 있는 것도 49년 나토 창설이후 초유의 일이다.
이같은 미국의 「깐깐한」 태도는 나토 소속국들이 후임자를 조속히 선임해 줄 것을 바라고 있는 시점에 나왔다는 점에서 예사롭게 보아 넘기기 어렵다. 보스니아에 다국적 평화군을 파견해야 하는 중대사를 눈앞에 두고 유럽과 신경전을 벌인다는 점에서도 파격적이다.
유럽의 태도도 과거와 다르다. 미국과 「조용히」사전조율해 선임하던 관례를 깨고 클라스의 사임직후부터 공개적으로 특정인물을 내세워 밀고 있다.
최고사령관직을 미국측에서 맡는 대신 전통적으로 유럽의 몫이었던 사무총장 직을 둘러싼 이같은 미―유럽의 불협화음은 결국 나토의 진로를 둘러싼 파워게임으로 해석된다.
나토는 90년대 들어 공산주의와 바르샤바 조약기구(WTO)란 주적이 사라지면서 냉전시대와는 다른 역할을 요구받게 됐다. 나토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을 최소화해 「유럽에 의한 유럽방위」를 이룩하겠다는 것이 유럽의 최종 목표인 것이다. 프랑스를 비롯한 주요 유럽국들이 유럽주의자인 루베르스를 적극 밀고 있는 것도 이때문이다.
반면 미국은 나토를 동유럽까지 확대시켜 미국의 주도권을 유지하려 하고 있다. 여기에는 유럽에서 입지를 강화하고 있는 시라크의 프랑스를 견제하려는 장기적 포석도 깔려있다.
미국은 7일의 비공식 나토대사 회담에서도 여전히 루베르스에 대한 지지를 유보하고 있어 자칫 유럽과의 갈등이 표면화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관측통들은 미국이 결국 루베르스를 지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선임과정에서 표출된 미―유럽의 갈등이 향후 나토의 위상 재정립에 큰 영향을 미칠 것임은 분명하다.<배연해 기자>배연해>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