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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씨 비자금 조사­급피치 재계수사 향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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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씨 비자금 조사­급피치 재계수사 향방

입력
1995.1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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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환끝낸뒤 사법처리 일괄 결정/비자금 총액·뇌물 규명에 총력/최소 범위내 처벌 가능성 높아검찰의 재계수사가 급피치를 올리고 있다. 지난 7일 3개 그룹(진로 동부 한일)총수를 소환키로 발표한데 이어 8일에는 7개 그룹(삼성 현대 대우 LG 롯데 동아 대림), 9일에는 5개 그룹(두산 코오롱 효성 고합 해태)총수를 잇따라 소환하거나 소환할 예정이어서 이런 속도라면 금주중 30대 재벌총수 거의 전부가 검찰의 소환조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제 소환의 범위가 아니라 과연 소환한 재벌총수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다시말해 사법처리 여부에 더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은 일단 재벌총수들에 대한 소환조사를 끝낸뒤 이들의 사법처리 여부를 일괄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소환기업인들은 아직 참고인일뿐 조사가 끝나봐야 사법처리 여부를 알 수 있다』는 검찰관계자의 말은 바로 이같은 일괄처리 방식을 암시해주고 있다.

그러나 사법처리 여부는 금액의 다과보다 그 성격에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단순한 정치자금이라면 정치자금법에 저촉되지만 이 경우 사법처리는 사실상 어렵다. 지난해 개정된 정치자금법은 기본적으로 자금제공자에게 관대한 편이고 법개정에 따라 처벌 범위가 달라졌을 경우 신·구법을 탄력적으로 적용할 수 있어 무혐의 쪽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문제는 뇌물인 경우다. 경부고속철도, 원전건설등 국책사업과 관련된 로비자금이나 사례비 명목의 자금제공 사실이 밝혀지면 해당 재벌총수는 뇌물공여죄로 사법처리할 수 밖에 없다. 돈을 준 시기가 특정 사업 수주시점과 맞물려 있고, 전달액수도 단순한 「떡값」이상의 거액이라면 뇌물로 봐야한다는 게 법조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대통령의 경우 직무 범위가 매우 포괄적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정황이 인정되면 분명한 자백이 없더라도 뇌물공여죄로 처벌가능하다.

재벌총수들에 대한 사법처리 수위를 검찰이 어디까지로 정하고 있는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파장을 고려, 조기종결하려는 분위기를 감안하면 뇌물인지의 여부를 엄격히 판단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결국 최소한의 범위내에서 선별처리하되 일부 재벌총수는 뇌물공여죄로 처벌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검찰의 재계수사 범위는 뇌물성 자금을 건넨 기업만 소환한다는 것이었다. 노태우전대통령의 수뢰혐의를 확증할 수 있는 극소수의 기업인만 소환하고 경제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수사범위의 확대는 고려하지않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이번주들어 이같은 수사방향이 완전히 반전됐다. 재벌총수를 대거 소환해서라도 노씨의 수뢰를 확실히 입증하고 이를 통해 이번 사건을 조기에 종결하겠다는 의도라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더구나 이번 사건의 종결을 위해서는 노씨에게 어떤 식으로든 자금을 제공한 기업인들을 모두 불러 정확한 비자금 조성규모를 확인해야 한다.

재벌총수들을 모두 조사하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지만 검찰은 어차피 조사해야 할 기업인이라면 단시일안에 소환, 「비자금 총액」과 「뇌물제공자」라는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재계순위가 비슷한 재벌총수를 같은날 소환한다거나, 소환불응 총수를 출국금지조치 하는등 검찰의 「단수높은」 소환수단들도 결국 재벌총수들에 대한 조사를 하루빨리 마치고 이번 사건을 조기에 종결하려는 전략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정희경 기자>

◎총수들 소환 경제단체 반응/“경제에 주름살” 한결같이 걱정/전경련·상의 “수사 가능한 조기매듭되길”/기협선 “정경유착만큼은 확실히 끊어야”

재계총수들의 무더기 검찰소환을 바라보는 주요 경제단체들의 반응은 요즘 날씨만큼이나 차갑다.

○…한국 재계의 총본산인 전경련은 아직까지 조용하다. 전경련의 주인이라할 재계총수들이 줄줄이 검찰청에 들어서는 모습을 TV로 보는 사무국 임직원들은 일손을 놓은채 한결같이 『착잡하다』는 말만 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지난 3일 재계총수들이 모여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할 때만 해도 무더기소환은 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며 『이번 사건으로 반재벌여론이 더 증폭될 것 같다』고 파장을 우려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우리나라 기업들은 영국 프랑스등 선진국은 물론이고 중국 베트남 동남아등 개도국에 가면 크게 환영받지만 국내에만 들어오면 눈총의 대상이 된다』며 『기업인이 무슨 죄가 있느냐』고 말했다.

○…경제계를 대표하는 대한상의는 노씨 비자금 수사가 결국 국내의 대표적인 재벌 총수들에 대한 소환조사로까지 이어진데 대해 충격을 금치 못하는 한편 가급적 수사가 빨리 마무리돼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전경련과 동병상련의 분위기다. 최경선 조사이사는 『재벌총수에 대한 검찰조사는 해당기업의 이미지를 손상시키고 기업활동 전반을 위축시켜 장기적으로 볼때 국가경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기업들이 하루속히 비자금충격에서 벗어나 경제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수사가 빠른 시일내에 매듭지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중소기업계의 반응은 약간 다르다. 재벌총수들이 줄줄이 검찰에 소환되자 같은 기업인으로서 가슴아파 하면서도 『이번 기회에 뿌리깊은 정경유착의 고리가 확실하게 끊어져야 한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재벌총수들의 검찰소환이 경제에 주름살을 주지 않을까 걱정하는 눈치가 역력한 것도 사실이다.

기협중앙회의 한 관계자는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은 정치권과 대기업의 유착으로 중소기업고유업종 침해등 피해를 입었다고 느끼고 있다』며 『이번 검찰조사를 계기로 정치권에 기대지 않고 해외업체들과 기술로 경쟁하려는 건실한 기업이 커나가는 풍토가 조성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계는 그러나 이번 조사가 대기업들에 대한 대대적인 세무조사등으로 이어질 경우 생산활동이 위축돼 관련 하청업체들이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처벌방식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이백만·남대희·박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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