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충격파에 “손해봐도 팔겠다” 예탁금 급감/주가 차별화따라 체감지수 하락폭 큰 것도 한몫요즘 객장분위기는 침울하다. 비자금파문 때문이다.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드문드문 객장을 찾는 투자자들도 하루가 다르게 출렁대는 주가추이에 크게 낙담하면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조기에 수습되리라 믿었던 비자금파문의 충격파는 누그러들기는 커녕 그룹총수의 무차별소환등 오히려 그 강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서울강남의 모증권사 지점장은 『비자금파문은 주가 1,000포인트 진입으로 증시활황에 마지막 기대를 걸었던 일반투자자들의 투자의욕을 크게 꺾어놓고 있다』며 『요즘 일반투자자들은 손해를 보고서라도 주식을 팔고 떠나겠다는 심정인 것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반투자자들은 지난달 19일 비자금파문이 처음 터져나온 이후 7일까지 모두 1,799억원의 주식을 팔았다. 주식에 투자하기 위해 증권사에 맡겨놓는 고객예탁금의 규모도 크게 쪼그라들었다. 비자금파문이전 2조6,000억원대였던 고객예탁금은 6일 기준으로 2조4,148억원까지 빠졌다. 이중 일반투자자들이 빼간 돈만 무려 3,536억원이나 된다.
대신 증시활황을 기대하면서 증권사 돈을 빌려 사뒀던 신용잔고만 비자금파문으로 팔 시기를 놓친채 잔뜩 쌓여있다. 신용잔고가 고객예탁금보다 많은 2조4,469억원에 이르고 있다. 신용만기가 가까워지고 있는데도 비자금파문으로 주식시장이 계속 침체를 보이자 일반투자자들은 「빚걱정」에 초조한 표정이다.
일반투자자들이 증시를 떠나고 있다는 증거는 일반투자자들의 증시활동정도를 나타내는 활동계좌수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활동계좌수는 288만7,000여개로 연초에 비해 12만개 가까이 준 것으로 조사됐다.
증시관계자들은 최근 비자금파문에 따른 고객예탁금감소 추세를 감안하면 활동계좌수의 감소는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비자금파문이후 눈으로 보이는 지수상의 하락폭은 크지 않았지만 일반투자자들이 느끼는 체감지수는 이보다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증권거래소에 의하면 종합주가지수는 연초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주가가 연초에 비해 떨어진 종목수는 상승종목보다 6배가 넘는다. 이는 기관화장세가 가속화하면서 기관선호종목인 고가 우량주들의 주가는 올라가는 반면 일반투자자들이 가지고 있는 저가 대중주들의 주가는 바닥을 헤매는 주가차별화현상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비자금파문이후 우량주중심으로 지수를 방어하려는 기관들의 장세개입비중이 늘어나면서 주가차별화현상은 더욱 심화하고 있다.
비자금파문 장기화에 따른 일반투자자들의 급격한 증시이탈은 향후 증시발전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대신경제연구소 황시웅 투자정보 실장은 『비자금파문이 마무리된다해도 이미 마음이 떠난 일반투자자들이 다시 객장으로 돌아오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개미군단」의 주식투자 열기가 뒷받침하지 않은 기관화장세만으로는 연말께 1,100∼1,200포인트까지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은 공염불로 끝날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는 지적이다.<김병주 기자>김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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