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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이 활보하는 사회(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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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이 활보하는 사회(사설)

입력
1995.1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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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충남 부여에 침투했다가 생포 사살된 북한무장간첩들은 공작활동중 버젓이 자신의 신분을 밝히면서 일부 정치권과 재야인사들과도 접촉했던 사실이 밝혀져 더욱 큰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흡사 대로를 아무거리낌없이 활보했던 것과도 같아 섬뜩함마저 느끼게한다.경찰은 8일 생포된 간첩으로부터 지난 8월 남파된 이후 접촉했던 1명의 정치권 인사와 3명의 재야인사등 4명을 국가보안법위반혐의로 구속했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들중 특히 정치권인사인 새정치국민회의 허인회 당무위원은 상대방이 남파 간첩이라고 신분을 밝혔는데도 즉각 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되어 있어 정치적 파문이 예상된다.

당국은 이들외에도 간첩들과 접촉한 인사가 있을 것으로 보고 조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해 우리의 대공의식강화가 시급함을 일깨워 주고 있다.

이들 무장간첩들은 적발이후 모두가 소위 새세대혁명공작원들이었다는 사실도 우리 모두를 놀라게 했다. 6·25당시 부모를 잃은 혁명유자녀들이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은 전쟁을 겪지도 않았을 뿐더러 북한의 세뇌교육만 받아온 전후 세대로 「6·25가 미제와 남반부 반동세력에 의해 자행된 북침전쟁이었다」는게 교과서처럼 튀어나오는 그들의 표현이었다.

구체적으로 그들은 남한에 침투한 뒤 목격·체험한 어떤 사실도 인정하지 않았다. 실제로 이들은 남파직후 경기도 성남에서 삼풍백화점사건 실종자가족으로 행세하며 각종 정보수집에 나섰음을 밝히고 있다. 남한에 온지 2개월이 넘도록 북한과는 비교할 수 없는 사회·경제발전상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밖에도 생포된 간첩의 진술에서는 이들이 처음 침투한 곳이 경기도의 강화지역이 아닌 제주도였다는 사실도 우리에게 새로운 과제를 던져준 셈이다. 지금까지의 서해안 침투루트가 아닌 남해 수역이라는 점이 해안경비의 또다른 허점으로 드러난 것이다.

우리는 이번 이들의 출현과 행동반경 및 공작임무내용등이 지난달 중부전선의 무장공비남파기도 사건과 함께 잇달아 발생·적발되었음에 유의해야 한다. 그리고 혁명공작원세대라는 점과 공작내용이 예전과는 판이하게 대담해졌다는 점이다. 북한은 여전히 남한을 적화통일하겠다는 망상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민의 허술한 안보의식을 강화해야 함은 물론 군과 경찰의 무장간첩 경비·적발태세도 재점검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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