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간만에 귀가 금 의원 “침울”/임원 대리출두 “나쁜선례 남긴다” 거절/노씨 “살고싶지않다” 실의·좌절7일 서초동 대검청사는 기온이 영하로 뚝 떨어진 날씨와 다르게 수사열기로 후끈거렸다. 진로그룹 장진호 회장등에 이어 8일 국내 10대 재벌에 속하는 6개 그룹 총수들이 소환될 예정이어서 대검 주변에는 과거 권력과 기업의 은밀했던 검은 뒷거래의 본체를 철저히 파헤쳐야 한다는 국민적 주문과 기대, 그리고 수사진의 가벼운 흥분이 교차했다.
○…노태우 전대통령의 손아래동서인 민자당 금진호 의원은 이날 낮12시25분께 수행원 2명을 대동하고 맨 먼저 검찰에 출두했다가 조사 6시간여만인 하오 6시45분께 귀가했다. 『검찰에서 모든 것을 말하겠다』고 출두의 변을 밝혔던 금의원은『한보그룹외에 노씨 비자금 실명전환을 알선한 기업이 어디냐』는 기자들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고 굳은 표정으로 황급히 청사를 빠져 나갔다.
금의원 귀가 직전인 하오 6시30분께 수행원 3명과 함께 출두한 진로그룹 장회장은 승용차에서 내리며 미소를 머금는등 여유를 보이다 카메라 플래시 세례와 취재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지자 당혹해 하는 모습이었다. 장회장은 『출두가 늦은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외국 손님이 입국해 영접하러 공항에 다녀오느라 늦었다』고 짧게 답했다. 장회장은 이어 비자금제공 여부에 대해서는 『다음에 하자』며 굳게 입을 다문 채 11층 중수부 조사실로 향했다.
○…검찰이 이날 강원도 출장을 핑계로 출두하지 않은 동부그룹 김준기 회장에 대해 출국금지라는 「극약처방」을 내린데 대해 검찰 관계자는 『검찰 소환에 소극적인 재벌그룹 회장들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라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동부그룹측이 「하오께 김회장 출두」를 약속했다가 다시 「강원도에 있어 연락이 잘 안된다」고 전해왔다』며 『이는 사실상 출두의사가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해외출장중인 김중원 회장 대신 김정재 부회장을 출두시키겠다는 한일그룹의 요청을 검찰이 일언지하에 거절하자 배경을 놓고 『한일그룹이 뭔가 단단히 걸린 것 아니냐』『오너만이 비자금 흐름을 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대두됐다. 검찰 관계자는 『그룹회장의 해외출장을 이유로 회사임원의 출두를 허용하면 향후 소환될 기업체 총수도 온갖 이유를 대며 출두를 꺼릴게 아니냐』며 형평성의 문제임을 강조했다.
○…이에 앞서 안강민 중수부장, 이정수 수사기획관, 문영호 중수2과장등 수사팀은 평소보다 30∼40분 일찍 출근하는등 바삐 움직였다. 상오9시 7층 중수부장실에 모여 1시간동안 소환 기업체 총수 신문사항, 소환일정을 점검한 이들은 김기수 검찰총장실로 직행, 수사 상황을 보고하는등 기업체 총수 조사에 대비하느라 온종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자택에 칩거중인 노씨는 최근 『살고 싶지 않다』는등 실의와 좌절에 빠진 듯한 말을 자주 하는 것으로 주변인사들이 전했다. 20여년간 노씨부부의 건강상담을 해왔다는 한의사 한성호(68)씨는 이날 노씨의 진맥을 마치고 돌아가면서 『노전대통령이 「한번 먹어서 영원히 깨어나지 않는 약이 없느냐」고 물었다』며 『노전대통령은 지난 20여년중 최악의 상태이며 김옥숙 여사도 매우 지친 상태』라고 말했다. 한씨는 또 『노전태통령이 심한 불면증과 배에 가스가 차는 현상때문에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전날 노씨 주치의 최규완 박사가 『건강에 큰 이상은 없다』고 말한 점을 상기하며 『한방과 양방이 보는 노씨 건강이 이렇게 다를 수도 있느냐』고 반문했다.<이현주·박진용 기자>이현주·박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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