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직통전화 개설때 직접 시험통화/비자금 파문등으로 통화량 늘땐 “착잡”미국에 아시아계 이민자가 급증하면서 미국과 아시아지역간의 통화량은 미국내 장거리전화량보다 8배나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장거리전화회사들의 시장경쟁이 가장 치열하게 벌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이민자들의 생활수준이 높고 타민족에 비해 본국의 가족과 연락이 활발한 한인사회는 그중에서도 황금시장이다. 미국최대 장거리회사 AT&T의 국제장거리전화사업부에서 한국어 시장책임을 맡고 있는 하정화(31·미국명 엘렌 하)씨의 회사내 비중이 남다른 것도 그 때문이다.
AT&T사가 한인에게 발송하는 모든 전화안내문에 그의 이름과 서명이 적혀 발송되고 신문광고에도 등장하는 하씨는 재미한인동포들에게는 가장 친숙한 사람 가운데 하나가 됐다. 덕분에 고향인 전북 정읍을 떠나 미국으로 이민온 이래 만나지 못했던 국민학교때 친구를 17년만에 만나기도 했다.
캘리포니아주립대(UC 데이비스)에서 인간개발학을 전공한 뒤 91년 AT&T에 입사한 하씨의 첫직책은 캘리포니아 새너제이 소재 국제언어서비스센터의 한국어 부문 감독이었다. 경찰의 협조의뢰를 받아 소매치기를 당한 한국 아주머니를 대변해 상황을 설명해주던 때의 보람을 잊지 못하는 그는 단순한 전화서비스를 넘어 한국인들의 상담역까지 하고 있다는 긍지를 갖고 있다.
지난해 AT&T사가 북한과 미국간 직통전화를 개설할 당시에는 직접 시험통화에 참여했었다. 『북쪽지도는 빨갛게 그려야 되는 걸로 알던 시절에 한국을 떠나온 탓에 무척 떨렸지만 막상 북한측과 통화가 됐을 때의 기쁨은 표현할수가 없었어요』 북측에서 당황한듯 이사람 저사람 돌려받다가 공연히 『잘 들리지 않는다』며 전화를 끊었을 때 북한사회의 장벽을 실감해야 했던 그는 앞으로는 직통전화를 통해 더많은 동포들이 북한의 친지들과 직접 목소리를 나눌수 있기를 바란다.
하정화씨는 요즘엔 한국어 전화서비스상품을 개발하고 효과를 분석하는 업무에 몰두하고 있다. 정치·사회적 격변은 한미간 장거리통화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한국내의 상황은 하씨의 주요관심대상이다. 『통화량이 많아지면 회사수입도 늘지만 삼풍백화점 참사나 비자금파문같은 부끄러운 일때문에 통화량이 느는 것은 개인적으론 달갑지 않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한국어시장 책임> <뉴욕=김준형 특파원>뉴욕=김준형> 한국어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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