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자금도 그돈일것” 추측 증폭/“사회 반환 기회 놓쳤다” 거짓 드러나/“돈세탁에 이자 챙긴 사채꾼” 불명예노태우 전 대통령이 기업들을 대상으로 사채놀이를 한 사실이 한보그룹 관계자의 증언으로 확인됨에 따라 노씨가 비자금사건 이후 대국민사과문에서 밝힌 「통치자금」주장은 완전히 설득력을 잃게 됐다. 이와 함께 노씨는 전직대통령이 「사채시장의 큰손」으로 전락한데 대한 국민들의 모멸에 찬 시선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한보그룹의 박대근 상무에 의하면 노씨는 비자금 5백99억원을 한보그룹 정태수 총회장 명의로 단순 실명전환한 것이 아니라 「연리 8.5%, 5년거치후 분할상환」조건을 붙여 사채자금으로 빌려주었다. 또 상환은 5년후부터 원금과 이자를 한보상사발행 어음으로 매월 1백억원씩 갚는 조건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노씨는 지난달 27일 대국민사과에서 『재임기간에 모두 5천억원을 기업들로부터 성금으로 받아 정당지원비와 격려금 등으로 쓰고 1천7백억원(나중에 1천8백57억원으로 정정)이 남았다』고 밝히고 『남은 돈을 사회와 국가에 돌리려 했으나 여러 상황으로 기회를 놓쳤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씨 비자금이 기업에 사채자금으로 제공된 사실이 확인됨으로써 노씨가 사회반환의 기회를 놓친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이를 은폐하려 했고, 이를 통해 이익까지 취하려 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금융계는 노씨가 한보에 대한 사채 제공으로 5년뒤에는 원금외에 2백55억원의 이자소득을 올리게 될 것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정부가 노씨의 사채자금을 뇌물등 불법자금으로 규정, 몰수할 경우 노씨측과 한보의 이같은 계약이 유효한지는 의문이다.
노씨의 사채금리는 93년9월 당시 명동 사채시장의 A급(최우량)어음 할인금리(연 18% 수준)는 물론이고 은행의 일반대출금리(연 12∼13%)나 투금사의 어음할인 금리(연 13.8∼14.2%)에 비해서도 매우 싼 것이다. 상환기간도 은행의 일반대출이 보통 1년, 단자사가 6개월미만인데 비해 파격적인 조건이다.
한보그룹과 거래하고 있는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시 한보는 수서사건 이후 자금조달에 애로를 겪는 상황이었다. 한보에 대한 대출금리는 대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은행의 평균적인 대출금리인 연 12∼13%수준이었다』고 밝혔다.
한편 금융계에선 노씨의 사채자금을 쓴 기업이 한보외에도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우그룹의 경우 김우중 회장이 3백억원의 노씨 비자금을 자신의 명의로 실명전환해 준 사실이 확인됐지만 이 돈이 실제 기업자금으로 쓰였는지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증권시장에선 이미 몇몇 기업들이 거명되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
이와 관련, 93년 금융실명제 실시 직후부터 나돌던 수천억원, 많게는 1조원대에 달하는 괴자금설의 정체가 노씨의 비자금이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괴자금의 조건이 연리 6%, 대출기간이 5∼10년으로 노씨의 사채조건과 비슷해 그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만일 이같은 사실이 추가로 확인될 경우 노씨는 「단군이래 최대의 사채꾼」이라는 불명예를 면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김상철 기자>김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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