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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소급입법 위헌아니다(발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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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소급입법 위헌아니다(발언대)

입력
1995.1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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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추·재판위한 절차법 입법하자는것/임의처벌 방지 죄형법정주의와 무관/정치적목적 「살인행위」 사법처리 마땅양민을 대량학살한 5·18 행위는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그 어느때보다 거세지고 있다. 5·18 주범인 노태우씨가 어마어마한 부정축재를 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죄형법정주의를 제기하면서 화해와 단결을 주장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문제의 핵심이 되고 있는 5·18 행위에 대해 법적 처벌을 하려면 소급입법이 불가피하다. 공소시효 15년이 지났기 때문이다. 반대론자들의 주장도 죄형법정주의를 내세우면서 소급입법은 안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5·18 관련 소급입법과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죄형법정주의와는 전혀 무관하다. 「법률이 없으면 죄가 없다」는 죄형법정주의는 처벌할 법이 없음에도 임의로 처벌하던 전근대의 폭군들에 항변하기 위한 것이었다. 5·18 양민학살 소행은 행위 당시는 물론 그 이전부터 살인죄에 대한 법이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에 죄를 만들기 위해서 일부러 입법하자는 것이 아니다. 단지 소추하고 재판을 열어 형을 집행할 수 있는 절차법을 소급입법하자는 것일 뿐이다. 5·18 관련자들은 죄가 성립되지 않기 때문에 처벌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절차법, 즉 공소권과 재판의 진행 및 형집행의 시효 때문에 처벌하는데 걸림돌이 놓여 있다는 것이다. 이는 엄연히 죄형법정주의와는 성격을 달리하는 것이다.

독일은 이미 65년 나치전범의 시효에 대해 일단 살인의 경우 30년, 집단 학살 등 범죄의 성격이 무거운 경우는 무기한으로 입법했다. 독일 연방 헌법재판소도 69년 절차법에 대한 소급입법은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되는 것이 아니므로 합헌이라고 판시했다.

48년 8월 15일 대한민국정부가 수립되면서 우리는 자유민주주의의 토대를 건설했다. 그러나 정치적·사법적 현실은 전근대적인 모습을 드러냈다. 통치행위의 초법적 위상은 우리의 전근대성을 대표한다. 문민정부 들어서도 표적수사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은 아직 사법부가 독립하지 못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21세기를 앞둔 지금 더 이상 정치행위와 관련한 특권관념은 인정할 수도 없고 인정해서도 안된다. 정신적 근대화의 핵심은 정치의 우월적 지위를 부정하며 인간존엄을 뿌리로 하는 인권의 고귀함을 존중하는데 있다. 따라서 정치적 목적을 성취하기 위한 위법행위도 마땅히 사법적 대상이 돼야 한다.

스위스나 독일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100여년전부터 정치를 빙자한 살인행위를 1급살인죄로 처리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독일이 지금까지도 나치전범을 처벌하고 법의 심판대에 올려 놓는 근거가 되고 있는 것이다.

자유민주주의의 핵심은 인간생명에 대한 존엄이다. 살인죄는 자유민주주의를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행위로 어떠한 명분으로도 용납될 수 없다.<박동희·전 건국대 법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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