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소적 여론 확산” 총선준비 곤혹/정치불신 증폭에 표밭성향 안개/새공천기준 맞춘 생존전략 부심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파문이 날로 확산, 장기화하면서 의원들, 또는 정치지망생들의 희비가 크게 엇갈리고 있다. 특히 대선자금 문제등을 둘러싼 여야 4당의 피아없는 이전투구 공방이 연일 가열되자 의원들은 이제 15대총선 공천과 당선여부에 미칠 파장의 저울질에 돌입했다. 당지도부간의 「큰 싸움」도 중요하지만 당장 급한 것은 총선이라는 자신들의 「작은 싸움」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촉각을 곤두세우게하는 변수는 두가지이다. 첫째는 비자금파문이 이른바 3김씨로 대표되는 기성정치권에 대한 광범위한 여론의 불신을 확대재생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는 표밭성향의 향배가 갈수록 안개속으로 빠져듦으로써 당선가능성이라는 잣대도 종래와 다를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같은 두가지 변수의 교란가능성에 대해 여야지도부는 아직 둔감한듯 하나 현장을 상대하는 의원들은 여론동향 하나하나에 민감하기 짝이없다.
우선 전자의 경우 곤혹감을 느끼는 쪽은 서울등 수도권을 승부처로 여겨온 민자당과 국민회의쪽이다. 대선자금공개를 꺼리는 여권의 태도나, 20억원의 노씨 자금을 받았다고 시인한 김대중총재의 대응방식이 모두 여론의 지지를 받지못하고 오히려 냉소만 부추기는 상황인 까닭이다. 실제 지방선거패배이후 정국운영의 중심축을 찾지못하던 민자당은 비자금파문으로 엎친데 덮친 격의 연타를 맞은 꼴이다. 또 신당창당에 따른 비판여론을 채 극복하지 못한 국민회의는 20억원 수수사실로 도덕성에 재차 상처를 입게됐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와 관련, 서울지역의 민자당의원들은 『그렇지않아도 어려운 싸움인데 비자금사건이후 지역여론이 더욱 악화하고 있음을 피부로 느낀다』며 『그나마 상당수 화살이 김총재의 20억원에 쏠리는 것은 다행』이라고 말했다. 또 이 지역의 국민회의 의원들은 『지역에서 김총재의 20억원 부분을 자꾸 물어와 당혹스럽다』며 『하지만 김대통령의 대선자금발언을 액면대로 믿는 사람도 전혀 없어 분위기를 상쇄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개혁신당과의 통합을 추진중인 민주당의원들은 3김청산 공세를 강화하며 어부지리를 기대하는 표정이다. 민주당의원들은 특히 『기성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냉소를 볼때 우리당의 「총선 대약진」도 이제 가시권에 접어들었다』며 『내년 총선에서 유권자들은 후보들의 한층 높은 도덕성과 자질을 요구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같은 여론의 반란현상을 감안, 당선가능성을 재는 척도도 상당부분 바뀔 것이라는 관측이 일반적이다. 인지도, 선수등의 관록, 낡은 형태의 조직기반등이 지금까지 당선을 가늠하는 주요 잣대였다면 이젠 참신성과 자질, 도덕성 자체가 당선가능성과 동의어라는 것이다.
이렇게 볼때 앞으로 5개월여 남은 15대총선은 공천과정에서부터 큰 변화를 몰고올 수밖에 없을 것같다. 또한 의석확보전망의 불투명성도 한결 커졌으며 전반적인 총선전략의 재검토도 불가피해졌다고 말할수 있다. 물론 지역할거로 단단히 구축된 현재의 여야구도가 한때의 바람으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섣불리 예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표밭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있는 것은 엄연한 사실인 만큼 남은 관심은 여야가 과연 어떠한 적자생존 전략을 펴느냐이다.<이유식 기자>이유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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