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수시절 잇단 총선패배 정치력 “한계”/동정여론 업고 보수층 진무 최대관건시몬 페레스를 새로운 선장으로 한 「이스라엘호」는 중동평화라는 종착항을 향해 순항할 수 있을까.
이츠하크 라빈의 피살로 긴박하게 진행돼온 중동평화 협상의 앞날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면서 총리대행을 맡게된 시몬 페레스의 과도내각이 어떻게 이번 사태를 수습하고 중동평화 회담을 차질없이 이어나갈지가 현안으로 등장했다.
우선 관심의 초점은 페레스의 정국장악 능력이다. 77년부터 15년동안 노동당 당수를 지냈던 페레스는 이 기간동안 4차례 총선에서 리쿠드당에 패배한 전력이 있어 아직도 국민들의 뇌리에는 「정치적 패배자」라는 인식이 짙게 배어있다. 라빈만큼 강력한 지도력을 행사하기 어려운 한계를 안고있는 셈이다.
특히 여론을 선도하는 보수층은 페레스의 중도 좌파적인 정치성향에 불안한 눈길을 보내고 있다. 이에따라 페레스가 보수층을 진무하며 평화협상을 자신의 구상대로 이끌어가는데는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는 지적이 높다.
현재 노동당이 주축이 된 좌파연립정권의 의회내 입지도 극히 불안하다. 이스라엘의회(크네셋)의 총120석가운데 ▲노동당 44석 ▲좌익 메레츠당 12석 ▲기타정당 5석등 61석으로 구성된 좌파연정은 우익야당인 리쿠드당에 단 2석을 앞서는 불안한 우위를 지키고 있다. 때문에 페레스과도내각이 조기총선없이 내년 11월총선까지 임기를 유지하더라도 이후 정권장악은 보장할 수 없는 형편이다.
중동평화협상 자체를 반대하는 강력한 야당 리쿠드당의 움직임도 「핵심변수」이다. 벤자민 네탄야후 리쿠드당 당수는 『라빈암살사건을 정략적으로 활용하지 않겠다』며 여당에 대한 협력을 약속하고 있지만 이는 표면적인 수사에 불과하다. 수일전까지만해도 리쿠드당은 여당측에 조기총선을 거세게 요구하며 팔레스타인자치를 반대해왔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이스라엘의 정치적 안정을 통한 중동평화협상의 순항은 결코 낙관하기 어렵다. 물론 단기적으로는 라빈 암살에 따른 동정적 여론의 확산으로 평화협상에 큰 변화가 없을 지는 모른다. 그러나 중동평화협상은 「장기 마라톤」이다. 팔레스타인 자치의 최종지위협상이 내년 5월부터 시작되는데다 시리아및 레바논과의 협상이 숙제로 남아있다. 따라서 라빈이라는 한 「축」을 잃어버린 페레스의 평화행보는 그만큼 고독하고도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이상원 기자>이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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