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전대통령의 불법적인 비자금사건이 폭발한 이래 정가는 바로 도떼기시장으로 돌변했다. 지난 대선지원자금과 관련, 여야 모두 진심으로 참회하여 노씨로부터 받은 자금의 전모를 솔직하게 모두 밝히지 않고 전비를 감춘채 저마다 구차한 변명과 함께 다른 정당과 지도자들에 대한 공격과 비난만을 일삼고 있는 것이다. 그야말로 정치판이 전선의 앞뒤와 적과 동지가 불분명한 가운데 게릴라 정국이 되어 의혹과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음은 한심한 일이라 하겠다.현재 국민의 눈에 비친 여야당의 모습은 비겁하기 짝이 없다. 노전대통령이 대국민사과해명을 할 때도 그랬고, 검찰에 불려나가 조사를 받을 때도 혹시나 「진실」을 털어놓지는 않을까 우려하며 가슴을 졸인 것은 개탄스럽기만 하다.
먼저 여당의 경우 김영삼대통령이 자신은 노전대통령으로부터 일체의 선거자금을 받지 않고 간여도 안했으며 당에 직접 보냈다고 한 이상 선거자금과 당 운영자금의 내역을 솔선해서 공개하는 것이 도리다. 또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총재의 경우 받았다고 시인한 20억원도 중대한 문제이지만 과연 지원받은게 20억원이 전부인지를 분명히 밝혀야 하며 김종필자민련총재도 3당 합당 관련 자금지원이 사실이 아니라면 동화은행 관련 1백억원 조성설에 관해 스스로 해명할 책임이 있는 것이다.
이번 거액의 비자금조성사건은 엄청난 반국가적 반민족적 범죄행위지만 정치권은 눈치보기와 면책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대오각성하는 자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앞으로는 재벌들로부터의 검은돈을 얻어 정치를 할 생각을 일체 버려야 하는 것이다. 정경유착의 고리를 완전 단절하는 일이다. 또 정치판을 대대적으로 물갈이하여 쇄신을 하는 일이 그것이다.
냉전체제 붕괴이후 새로 전개되는 이익추구경쟁시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부패하고 낡은 사고방식의 지도자들이 구태를 고집하는 정치에서 과감히 탈피하여 사욕이 아닌 순수한 국리민복을 최우선의 목표로 하는 새로운 시대감각의 새인물들로 판을 다시 짜야 할 것이다.
따지고 보면 이번 노전대통령의 부정사건은 낡고 부패한 정치관습의 산물인만큼 전체유권자의 57% 이상되는 20∼30대의 중심적인 유권자층의 뜻을 수용하는 점에서도 정치판의 대수술은 필수적이다.
따라서 여야와 기성정치지도자들은 깊이 생각해야 한다. 뼈를 깎는 노력으로 자정과 자기혁신을 이룩할 것인지, 아니면 구태정치인끼리 여전히 기득권수호에만 열을 올릴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심판은 15대 총선에서 당연히 국민의 몫이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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