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체적 보도로 엄정한 수사·처벌 요구/구조적 부패 사실 입증에 최선다해야독재권력과 재벌기업들간의 악의 유착이 빚어낸 비리 사실들이 언론에 봇물처럼 터지고 있다. 독재비리공화국 치하에서 헛된 땀을 흘리며 살아야 했던 국민들은 참담한 자괴감을 느낀다. 이번 사건은 과거 30년간 독재비리의 실체를 드러낸다는 차원에서 보통 중대한 것이 아니다.
언론은 그동안 성역으로 접근이 어려웠던 권력형비리를 과감히 파헤치고 있다. 또 권력형비리에 대한 부당성을 국민에게 고발하여 위정자들의 부도덕성을 질타하고 있다.
한국일보를 비롯한 언론은 문제의 중요성을 크게 부각시켰다. 한국일보의 경우 우선 갖가지 노씨 비자금관련 비리를 입체적으로 분석, 보도하여 어두운 과거청산을 위해 강력한 수사와 엄중한 처벌을 요구했다(10월30일∼11월4일). 이러한 의지는 1면 헤드라인 흐름에서 쉽게 읽을 수 있다. 「6공비리 전면수사」 「대선자금 검찰서 밝힐 것」 「노씨 오늘 상오 소환」 「노씨 수뢰혐의 확인」 「노씨 내주 구속방침」등으로 이어지는 헤드라인에서 이 문제가 단순한 정치성비리가 아니라 전직대통령도 구속해야 하는 독재권력의 조직적 범죄행위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또 사설을 통해 권력형비리를 발본색원하기 위해서는 관련자들에 대한 성역없는 처벌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이에 대해 김영삼대통령의 결단과 약속이행을 촉구했다. 그러나 강력한 비리청산 의지에도 불구하고 어느면에서는 사건을 선정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연이은 폭로성 보도로 국민들은 배신감과 증오감에 치를 떨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천문학적 숫자의 비자금이 과연 우리사회와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며 국민이 입게 되는 피해는 어느 정도인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심지어 중앙은행 금고까지 열려있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언론은 검은돈의 내역은 물론 비자금조성에 따른 사회와 경제의 왜곡을 심층분석하여 이번 사건이 국민의 목을 죄는 구조적 부패였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그리하여 근본적인 정치개혁과 경제개혁에 대한 국민적 요구를 결집해야 한다.
노씨의 부정축재 규명과 청산은 5·18사건의 해결과 같은 맥락에서 추진해야 한다. 비자금사건은 양민을 학살하고 일어선 독재정부가 국민의 재산까지 빼앗은 범죄로 규정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독재정부는 민생의 최소한의 조건인 생명과 재산을 모두 유린한 셈이다. 따라서 언론은 5·18관련 특별법제정과 이번 사건에 대한 사법처리를 연계하여 다룰 필요가 있다.
이번 검찰수사에서 노씨측은 대선자금을 밝히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자신의 죄를 정치적으로 협상할 가능성이 있다. 또 여권은 대선자금 의혹을 그대로 덮어둔채 이번 사건을 일부기업인이나 정치인들을 상대로 한 표적사정의 수단으로 이용할 수도 있다. 어떤 경우이건 이번 사건이 용두사미로 끝날 경우 문민정부는 독재권력의 연장선상에서 또 다른 차원의 역사적 과오을 범하는 것이다.
그동안 권력이 국민을 대상으로 엄청난 범죄를 저지를 때 언론은 방관내지는 방조한 사실을 부정하기 어렵다. 언론은 무슨 일이 있어도 이번 사건을 끝까지 규명해야 한다. 권력형 비리의 뿌리를 캐내 나라발전의 올바른 길을 밝히는 의연한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경영학>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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